대파시조 익재 이제현

동문선(東文選)에 올라있는 익재공(益齋公)의 글(A)

녹전 이이록 2009. 2. 7. 17:03

● 동문선(東文選)에 올라있는 익재공(益齋公)의 글(A)
 


◆ 동문선 제4권 오언고시(五言古詩)

 
○ 민지(민池)
*민- 삼수변에 맹꽁이 맹

 
강한 진나라는 날개 달린 범 같고 / 强秦若翼虎
약한 조나라는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하는 쥐 같네 / 懦趙眞首鼠
특별히 모인 것이 동맹 아니라 / 特會非同盟
편하고 위태하기 이번 걸음에 있네 / 安危在此擧
인 정승은 담 크기 말과 같아서 / 藺卿膽如斗
큰 칼 잡고 그 곁에 서 있거니 / 杖劍立左右
한 번 꾸짖음에 바람과 우뢰 일어 / 叱咤生風雷
만승 임금(진왕)이 스스로 장구를 두드리네 / 萬乘自擊缶
용맹스러운 백만 군사들 / 桓桓百萬兵
말 한 마디로 무거웠다 가벼웠다 하나니 / 一言有重輕
염파도 높은 의에 항복하고 / 廉頗伏高義
견자는 후세에 이름 사모하였네 / 犬子慕遺名
내가 이 못 위에 와서 노니 / 駕言池上遊
우리 시대에서 이제 몇 해이던가 / 去我今幾秋
남은 위엄이 모발을 일어서게 하니 / 餘威起毛髮
초목들의 바람소리 차가워라 / 萬木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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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파(廉頗)도 …… 사모하였네- 전국 시대에 조왕(趙王)과 진왕(秦王)이 민지(민池)에서 주연(酒宴)을 베풀 때

진왕의 강요로 조왕이 비파[瑟]를 타니, 조왕을 따라갔던 인상여(藺相如)가 격분하여 진왕에게도 장구 치기를 청하였다.

 

 

진왕이 즐겨 치지 않으니 인상여가,
“왕이 장구를 치지 않으면 신(臣)이 다섯 걸음 안으로 목을 찔러 피를 왕에게 뿌리겠습니다.” 하니,

진왕이 할 수 없어 장구를 쳤다.

 

 

조왕이 민지에서 돌아와서 인상여에게 장군 염파(廉頗)보다 높은 벼슬을 주니,

염파가 불평하다가 나중에는 인상여의 도량에 감복하였다.

 

 

한(漢)나라 사마상여(司馬相如)는 처음에는 이름이 견자(犬子)였는데, 뒤에 인상여를 사모하여 이름을 상여라고 고쳤다.

 

 

○ 한무제 망사대(漢武帝望思臺)
 


한나라 임금은 기사를 좋아하여 / 漢皇好奇士
강충이 견대궁으로 왔네 / 江充來犬臺
혀 끝에는 사람 쏘는 독한 벌레 붙었고 / 舌端寄毒?
뱃속에는 뱃속에서 앙화의 태를 간직하였네 / ?裏藏禍胎
으르렁 왈왈 옛 주인을 짖어대니 / ??吠舊主
온 조나라가 놀란 재 되어 날았거니 / 全趙飛驚灰
무릉(무제)은 스스로 영무로 왔기에 / 茂陵自英武
장수와 정승의 어진 재목 많았네 / 將相多賢才
어째서 미루어 생각 못 하고 / 胡爲不?矩
간특한 놈에게 녹을 주었던가 / 利祿崇奸回
천륜이 승냥이나 범으로 화하여 / 天倫化豺虎
여원에 속절없이 풀만 우거졌었네 / 戾園空草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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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무제 망사대(漢武帝望思臺) : 무제의 태자가 모함을 받자 강충을 죽이고 무제의 노여움을 두려워하여 자살하니

무제가 후회하여 망사대를 지어 아들을 생각하였다.

 


*으르렁 …… 짖어대니 : 강충은 조왕(趙王)의 신하로서, 무제에게 조왕의 죄악을 고발하였다.

 

*어째서 …… 못 하고 : 강충은 조왕의 신하로서 조왕을 배신하였으니,

장차 한(漢)나라에 대하여서도 배반할 것을 왜 미루어 생각하지 않았는가 하는 뜻이다.

 

 

*여원(戾園) : 무제의 태자가 죽은 뒤에 시호[諡]를 여태자(戾太子)라 하고, 뒤에 그 무덤을 여원(戾園)이라 하였다.

 

 

○ 고풍(古風)

 
멀리 여행 떠나는 공자 / 公子遠行役
안장이랑 말이랑 윤나기도 하여라 / 鞍馬光翕?
시름에 여윈 옥루 위의 여자 / 憔悴?樓女
눈물 짓지 않으려 애써 참네 / 忍淚不敎滴
생각을 잊을 길 없어 / 念之不可忘
푸드덕 날아 따라가려도 날개가 없네 / 奮飛無羽翼
차가운 쇠북 소리는 더디기도 하여라 / 寒鍾鳴苦遲
동방은 언제나 밝아 오려나 / 何時東方白
겨울이 깊어 천지가 얼어붙으니 / 三冬天地閉
용과 뱀은 깊이 묻혀 잠을 자네 / 龍蛇蟄幽宮
세상길은 번복도 많구나 / 世道多反覆
군자는 곤궁을 참고 견딜 뿐 / 君子有固窮
빈 창 앞엔 먼 멧부리 늘어섰고 / 虛窓列遠岫
흰 구름은 개인 하늘을 지난다 / 白雲度晴空
욕하건 말건 손을 영접하지 않고 / 從嗔不迎客
거문고를 타며 나르는 기러기를 보낸다 / 揮琴送飛鴻
산 속에 있는 친한 벗이 / 山中有故人
한 자 되는 흰 비단 편지 보내 왔네 / 貽我尺素書
신선을 배울 방법 있을 양이면 / 學仙若有契
이 세상은 참으로 여관 집이라 / 此世眞?廬
초헌과 관복 사모하진 않지만 / 軒裳非所慕
나무와 돌과는 함께 살 수 없구나 / 木石難與居
내 차라리 술을 마시며 / 不如飮我酒
사생을 자연에 맡김만 못하리 / 死生任自如
맑은 아침에 일 없는 것 즐거워 / 淸朝樂無事
열흘이면 아흐레는 장막을 내린다 / 十日九下?
우연히 한길 나갔다 말을 세우고 / 偶然出官道
분주히 내왕하는 무리 보나니 / 立馬看奔馳
초초히 벼슬을 구하는 사람 / 草草功名子
호화로운 자제들일세 / 紛紛豪俠兒
돌아와 누른 책 마주 대하여 / 歸來對黃卷
한 번 웃고 또 스스로 유쾌해 한다 / 一笑還自怡

 

 

◆ 칠언고시(七言古詩)

 

 
○ 눈[雪]

 

 

북풍이 땅을 쓸어 하진이 캄캄한데 / 朔風卷地暗河津
변방 구름 눈 빚어 길손을 괴롭힌다 / 塞雲作雪愁行人
천지가 홍몽하여 대기가 일렁거리고 / 兩儀洪荒?元氣
만물이 번쩍번쩍 태고의 봄을 머금었네 / 萬物陸離含古春
처음에는 은하수를 거꾸로 쏟는가 의심했더니 / 初疑倒瀉銀河空
어느 새 푸른 산봉우리 눌리어 꺾일까 겁이 나네 / 轉恐壓折靑山峯
천녀가 예의 날리며 난봉을 희롱하는 듯 / 天女霓衣?鸞鳳
해선은 패궐 속에서 어룡을 뒤집는 듯 / 海仙貝闕?魚龍
말굽이 얼어붙어서 때려도 꼼짝 않고 / 馬蹄凌兢鞭不動
몸에 걸친 털옷은 백 근 무게로다 / 身上氈?百斤重
이때 생각하노니 맹양양은 / 令人却憶孟襄陽
나귀 등에서 시 읊노라 주림도 추위도 참았다네 / 驢背吟詩忍飢凍
주막 주인은 참 그럴싸한 사람이라 / 逆旅主人眞可人
나를 보자 술항아리 딱지를 떼거든 / 爲我一發浮?瓮
뉘라서 흥이 다했다고 문밖에서 돌아서랴 / 誰能興盡到門廻
자리가 따스하니 고양이같이 들어앉네 / 席暖且與狸奴共
그대 보았으리, 오중 주생의 절품 그림을 / 君不見吳中朱生?稱絶
짤막한 폭에다 연산설(그림이름)을 그렸거든 / 短幅曾掃燕山雪
하교 늙은 버드나무에 갈가마귀 한 마리 없고 / 河橋老柳不棲鴉
작은 주막은 문 닫힌 채 불이 꺼졌네 / 小店閉門煙火滅
길손은 수레 몰고서 어디로 가려는고 / 客子驅車欲安適
아마 이름이란 그 굴레가 사람의 코를 꿰어서 몰아내는 게지 / 應被名?牽鼻裂
그이야 어찌 알기나 하랴, 와유의 밑 꿈나라를 / 豈知瓦油衣下黑?鄕
추위 더위도 없는 것을 아는가 / 一天歲月無炎?
그 그림의 경지를 이제 내 스스로가 딛고 보니 / ?中之境今自蹈
그림 속의 뜻을 다시 잊을 수 없구나 / ?中之意不可忘
늙으면 정녕 다시 만날 날 있으리라 / 白頭更有相逢日
손잡고 그림 펼치니 감탄도 길어 / 握手披圖感嘆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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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유의(瓦油衣) : 당나라 고종(高宗)이 사냥을 좋아하였는데,

비를 만나면 유의(油衣)에 물이 새어 드는 것을 걱정하니, 곡나율(谷那律)이 말하기를,

 “기왓장으로 유의를 만들면 빗물이 새어 들 염려가 없습니다.” 하였다.

 

 

그것은 기와집 속에 앉아서 사냥하러 나가지 않으면 비를 맞을 걱정이 없다는 말로, 사냥을 풍자(諷刺)한 것이다.

 

 

○ 눈을 두고 앞날의 운을 차운하여[雪用前韻]

 

지난해 이날 양자강 나루에서 / 去年此日楊子津
눈송이 펄펄 사람을 괴롭혀 / 雪華??愁殺人
부옥산 앞에 가던 노를 멈추고 / 浮玉山前駐歸楫
백전주고 금릉춘 한 병을 샀네 / 百錢徑買金陵春
술이 취하자 호기가 구름과 맞닿아 / 酒?豪氣薄雲空
달려서 북고산 찾아 푸른 봉우리에 오르네 / 走尋北固登翠峯
바다와 하늘은 위아래가 한 색이요 / 海天上下同一色
해와 달은 동인지 서인지 제 길을 잃었네 / 日月東西迷六龍
긴 바람이 말고삐를 쳐서 깜짝깜짝 놀래는데 / 長風掉?欲驚動
나무들은 재갈을 문 듯 무겁기만 하여라 / 萬木含枚若持重
태소 앞에서 흥을 내어 / 冥搜逸興太素前
붓 뽑아 시를 쓰니 벼루는 얼고 / 援筆題詩愁硯凍
남창에 포대기 끼고 누워 밤을 새니 / 擁褐南窓夜色明
반 조각 맑은 달이 철옹성(양자강 가에 있다)에 비치네 / 半輪霽月暉鐵甕
정신이 하도 맑아 광한궁(월궁)에 들린 듯하나 / 神淸宛在廣寒宮
그 좋은 경치 같이 볼 이 없어 한이었네 / 勝賞只恨無人共
금년 이날은 너무 시름이 커서 / 今年此日大愁絶
필마로 오는 관하길 말에 석 자 눈이로구나 / 匹馬關河三尺雪
실위땅 초목은 차가와 쓸쓸하고 / 室韋草木冷蕭條
갈석산 운연은 아득히 가물거리네 / 碣石雲煙杳明滅
석양 앞길을 묻노니 얼마런고 / 向夕前程問幾何
스산한 바람 칼날이 양 안면이 찢어질 듯 / 酸風如刀面欲裂
그대 보았으리, 백 년 신세는 한바탕 꿈이라 / 君不見百年身在夢魂場
한 해 한 해 갈수록 처량하기만하구나 / 一年年去增悲?
알기는 안다, 소금장 속에서 얕은 술잔 나직한 창곡의 갖은 낙일 줄을 / 亦知銷金帳下淺斟低唱有餘樂
알기는 안다, 회서 한밤중에 군사를 몰아 적을 묶은 그 공로 잊을 수 없는 것을

 / 亦知淮西夜半提軍縛賊功難忘
아침 늦도록 문 닫고 누워서 일어나지 않는 / 日高閑門臥不起
원안의 흥미가 가장 길어라 / 最有袁安興味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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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장(銷金帳) : 송기(宋祁)가 눈 오는 밤에 기생에게 종이를 들게 하고 당서(唐書)의 초고(草稿)를 썼는데,

그 기생은 전일에 당태위(唐太衛)에게 있던 기생이었다.

 

 

송기가 돌아보고 묻기를,
“네가 당태위의 집에 있을 때에도 눈이 오는 날에 이런 풍정이 있었느냐.” 하니,

 

기생이 답하기를,
“당태위는 무인(武人)이므로 이런 고아(高雅)한 풍정은 모르지마는,

눈 오는 날 소금장(銷金帳) 속에서 고아주(羔兒酒)를 데워 놓고 조용히 마시며

낮게 노래 부르는[淺斟低唱] 취미는 있었습니다.” 하였다.

 

 

*회서(淮西) …… 공로 : 당나라 헌종(憲宗) 때에 회서(淮西)의 오원제(吳元濟)를 치게 되자,

이소(李?)가 큰 눈이 오는 밤중에 쳐들어가서 오원제를 묶었다.

 

 

*원안(袁安) : 한(漢)나라 때에 큰 눈이 와서 한 길[丈] 이상이나 쌓였는데,

낙양령(洛陽令)이 나가서 순찰하다가 원안(袁安)의 문 앞에 이르니,

눈을 치우지 않아 길이 없으므로 죽었는가 하여 눈을 치우고 들어가 본즉 원안이 누워 있었다.

 

 

“왜 나오지 않는가.” 하고 물으니, 답하기를,
“큰 눈에 백성이 모두 배고프니 나를 간섭할 것이 없소.” 하였다. 낙양령이 그를 어진 사람으로 조정에 추천하였다.

 

 

○ 함관행(函關行)

 

 
공자(孔子)는,
“세 사람이면 나의 스승감이 있고 열 집이면 충신(忠臣) 한 분이 있다.”고 말씀하였다.

 

맹상군(孟嘗君)의 빈객은 대개 3천명이었거늘, 어찌 그 속에 한 사람의 훤칠한 지혜,

기특한 꾀를 지닌 선비가 없어서 특히 닭의 울음 개도둑질하는 자에게 힘입어 가지고서야

강한 진(秦)나라로부터 몸을 벗어났단 말이냐.

 

 

그렇다면 그 빈객을 좋아했다는 것이 섭공(葉公)의 용(龍)을 좋아하는 것과 같아서,

옥잠(玉簪) 꽂고 구슬신[珠履] 신은 자들이 역시 거짓 용(龍)일 뿐이었더냐.

 

 

닭의 울음, 개 도둑질하는 것이 기술로서는 천하지마는, 빈객이 여러 사람 속에서 아무런 부끄럼도 없었고,

성공하고 나서 아무런 자랑의 말도 없었으니, 이는 확실히 남보다 나은 역량을 지닌 이로서,

그 낮은 자리에 스스로 묻히고 기회 보아 재주를 발휘하는 것은 혹시 이것으로써 여러 사람의 헛 자랑하는 것을 바로잡고,

맹상군의 함부로 손님을 사귀는 것을 풍자한 것인지 그것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맹상의 빈객이 3천 명도 적다는 듯이 / 孟嘗賓客三千少
말과 수레가 임치(제나라 수도) 길을 메꾸어 / 連?結軌臨淄道
큰 갓은 키같고 칼은 턱을 괴며 / 大冠如箕劍柱?
한 번 승낙하는 말 태산보다 무거웠네 / 然諾相傾泰山倒
함양(진나라의 수도)의 먼지가 사람(맹상군)을 늙혀 / 咸陽塵土令人老
천애 방초에 본국으로 돌아갈 꿈 아득하여라 / 天涯去夢迷芳草
외로운 학이 조롱에 갇혔으니 자유 없네 / 孤鶴投籠不自由
사나운 범(진왕)이 고기를 물었으니 어찌 배불림을 사양하랴 / 猛虎得肉寧辭飽
풍환은 찬[魚] 없어 속절없이 탄식이라 / 馮驩無魚空自歎
옹문은 거문고 있어도 아직 타지 말라 / 雍門有琴且勿彈
기궐(진나라의 궁궐)이 하늘처럼 깊고 함곡은 먼데 / 冀闕天深函谷遠
뉘 있어 내 수레에 기름쳐서 1천 산을 넘을꼬 / 誰膏吾車度千山
장이ㆍ진여도 말 모는 종의 구변에 부끄러웠으리 / 張陳應慙養卒口
모공ㆍ설공도 백정[屠兒] 솜씨보다는 못했네 / 毛?亦讓屠兒手
대장부 뜻이 있으면 잘나고 못남이 없나니 / 丈夫有志無賢愚
황금으로 닭소리하는 자, 개 도둑질하는 자, 황금상(동상과 같다) 짓기를 아까와 말아라 /

莫惜黃金鑄鷄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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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관(函關) : 함곡관을 말하는데, 산동(山東)에서 진(秦)나라로 들어가는 관문(關門)이다.

 

*맹상군(孟嘗君) :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손님을 좋아하여 식객(食客)이 3천 명이나 되었다.
진(秦)나라에서 그의 명성을 듣고 초청하여 정승으로 삼았다가 다시 참소를 듣고 맹상군을 죽이려고 가두었다.

맹상군이 진왕(秦王)의 애희(愛姬)에게 청탁하니, 그 여인은 맹상군의 호백구(狐白?)를 요구하였는데,

호백구는 여우의 겨드랑이 흰 털을 한 점씩 모아서 만든 갖옷으로 진기한 물건이었다.

그러나 맹상군이 벌써 그것을 진왕에게 바쳤기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다.

맹상군의 식객 중에 도둑질을 잘하는 사람이 있어서 밤에 진왕의 창고에 들어가 개가 짖지 않게 하고

호백구를 훔쳐내어 여인에게 선사하고, 그의 청탁으로 석방되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진왕이 다시 맹상군을 석방한 것을 후회하여 사람을 시켜 추격하였다.

맹상군은 급히 함곡관에 당도하였는데 함곡관에서는 밤에 문을 닫고 닭이 울어야 문을 열었었다.

맹상군을 추격하는 사람이 올 것을 걱정하는데 마침 식객 중에 닭의 소리를 흉내 잘 내는 사람이 있어서

닭의 울음소리를 내니, 모든 닭이 듣고 일제히 울었으므로 함곡관의 문이 열려서 맹상군이 탈출할 수 있었다.

후세에 송나라 왕안석(王安石)이 평하기를,
“맹상군이 그만큼 많은 선비를 길렀으면서도 그런 곤경에 빠지지 않게 하는 훌륭한 지혜 있는 사람은 없었고,

다만 닭소리 개 도둑질이나 하는 사람만을 얻었더란 말이냐.” 하였다.

 

 

*옥잠(玉簪) …… 신은 자 : 초(楚)나라 춘신군(春申君)은 식객(食客)이 3천 명이고,

조(趙)나라 평원군(平原君)도 식객이 3천 명이었다.

 

 

평원군이 자기의 식객을 춘신군에게 보냈는데, 호화로움을 자랑하기 위하여 대모잠(玳瑁簪)을 꽂고

칼집도 주옥(珠玉)으로 장식하였더니 춘신군의 식객은 모두 주옥으로 신을 만들어 신었다.

 

 

*거짓 용(龍) : 옛날 초나라 섭공(葉公)이 용(龍)을 좋아하여 용의 그림을 그려서 보고 있었는데,

하늘의 용이 그것을 듣고 그 집으로 내려와서 창문에 머리를 들이밀고 마루에 꼬리를 끄니,

섭공이 놀래고 두려워하여 정신을 잃었다.

 

 

이것은 섭공이 참용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의 거짓용을 좋아한 것이었다.《莊子》

 

*풍환(馮驩)은 …… 탄식이라 : 풍환(馮驩)이 처음 맹상군을 찾아갔더니 하등(下等)의 손으로 대접하였다.

 

 

풍환이 칼을 퉁기며 노래하기를,
“칼아 돌아가자, 밥상에 고기가 없구나.” 하니, 맹상군이 듣고 다시 대접을 잘하였다.

 

*옹문(雍門)은 …… 타지 말라 : 옹문주(雍門周)가 거문고를 잘 탔는데 슬픈 곡조를 타서 사람을 울렸다.

 

 

맹상군이 그를 불러 거문고를 타게 하면서,
“네가 나도 울게 할 수 있겠는가.” 하니, 옹문주가 거문고를 들고,
맹상군의 천추만세후(千秋萬歲後)에 나무하고 소먹이는 아이들이 맹상군의 무덤에 올라가서,

‘맹상군의 호귀(豪貴)로도 인제 이 무덤이로구나’ 할 것입니다.” 하는 슬픈 곡조를 타니, 맹상군이 눈물을 줄줄 흘렸다.

 

 

*장이(張耳)ㆍ진여(陳餘) : 진(秦)나라 말기에 반란이 일어났을 때 조왕(趙王)이 연왕(燕王)에게 잡히니,

그의 신하 장이(張耳)와 진여(陳餘)가 사람을 여러 번 보내어 조왕을 돌려주기를 청하였으나 연왕이 듣지 않았다.

 

 

말 기르는 종이 몰래 연왕에게 가서 구변(口辯)으로 달래어 조왕을 모시고 돌아왔다.

 

*모공(毛公)ㆍ설공(薛公)도 …… 못했네 : 전국(戰國) 때에 위(魏) 나라의 신릉군(信陵君)이

진(秦)나라의 공격을 받아 위급하게 된 조(趙)나라를 구(救)하기 위하여,

가면서 백정[屠兒] 주해(朱亥)를 데리고 가서 위나라의 대장 진비(晋鄙)를 철퇴로 때려죽이고,

군사를 빼앗아 조나라를 구하고 조나라에서 융숭한 대접을 받으면서 처사(處士) 모공(毛公)ㆍ설공(薛公)과 함께 놀았다.

 

 

○ 문생 율정 윤정당이 임금으로부터 초상을 그리고,

그 위에 ‘율정’ 두 큰 글자 써 줄 것을 하명 받았다.
천재일우의 영광으로서 듣고 보기에 드문 일이라 시를 지어 하례한다
[門生栗亭尹政堂得蒙主上爲之寫眞仍題栗亭二大字其上千載一遇耳目所罕作詩以賀]

 
그대 보았으리, 한나라의 장량을 / 君不見韓張良
한황이 자를 불러 자방(장량)이 하는 것을 / 漢皇字之稱子房
그대 보았으리, 백낙천을 / 君不見白樂天
당제가 초상을 그려 집현관에 남겨둔 것을 / 唐帝?之留集賢
이름 안 부르고자 부르는 것도 우연한 일이어니와 / 不名而字固偶耳
화공 불러 초상 그리는 것쯤이야 족히 아름답다 하랴 / 命工而?奚足美
놀라워라 내 벗 윤정당은 / 賢哉我友尹政堂
희대의 영광을 내 임금께 받았네 / 稀代恩榮蒙我王
금창 주홍색 책상에 한 점 티끌 없는데 / 金窓?案絶點塵
옥수로 붓을 적셔 사진 그리니 / 玉手染翰爲寫眞
물 깊고 산 높아 맑고도 신령스러워라 / 水深山高淸且靈
그 기묘한 작용 바로 단청이 아닌 듯 / 妙用直恐非丹靑
게다가 씌여진 율정 두 대자는 / 更題栗亭二大字
철점은구(잘 쓴 글씨)의 획이 천지에 비치네 / 鐵點銀鉤照天地
몸이 가루된들 어찌 은혜의 만 분 일을 갚으리 / 粉身何報萬分一
집에서 전해가지면 황금 천일이 귀하다 하랴 / 傳家誰貴金千鎰
능연각의 구양순ㆍ우세남은 자랑말라凌煙休誇歐興虞
성재도 공연히 범석호를 부러워했느니 / 誠齋空羨范石湖
조관들은 팔짱 끼고 탄상하고 / 拱手嘆賞傾朝官
육궁(궁녀)마저 지목하며 낯빛 고치네 / 六宮指目亦改觀
역옹(저자의 호) 내 진정 놀랍고 기쁘이 / ?翁驚喜出眞意
눈으로 문생의 기특한 일을 보니 / 眼見門生奇特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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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연각(凌烟閣)의 …… 자랑말라 : 당나라에서 어진 신하들의 초상을 능연각(凌烟閣)에 그려놓았는데

구양순ㆍ우세남이 그 중에 들어 있다.

 

 

*성재(誠齋)도 …… 부러워했느니 : 송나라 범성대(范成大)의 호(號)가 석호(石湖)인데,

임금이 ‘석호’ 두 글자를 친필로 써주니, 성재(誠齋) 양만리(楊萬里)가 시를 지어 칭찬하였다.

 

 

○ 분하(汾河)
 


분하는 밤낮 흘러가네 / 汾河日夜流浩浩
양 언덕 길손이 몇 번이나 늙었을꼬 / 兩岸行人幾番老
도당(도당씨가 도읍하던 옛 터) 옛 물건 산 홀로 남아서 / 陶唐舊物山獨在
만고 흥망 속에 푸르기만 하여라 / 萬古興亡靑未了
유랑이 여기서 추풍사를 노래할 때 / 劉郞曾此歌秋風
북과 퉁소 땅을 울려 어룡조차 시름하였네 / 簫鼓動地愁魚龍
평생에 신선이 되어 구름 위에 놀려는 허황한 꿈 지녔건만 / 平生?有凌雲志
선인의 빙설(깨끗한 얼굴) 같은 얼굴 보지 못했으니 / 未見仙人氷雪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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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劉郞)이 …… 노래할 때 : 유랑(劉郞)은 한무제(漢武帝)를 말한다.

 

 

무제가 분하(汾河)에서 배를 띄우고 놀면서 가을바람을 만나 추풍사(秋風辭)를 지었는데,

 “퉁소와 북이 울리는데, 돛대 노래 일어난다. 젊음이 몇 대이냐, 늙음을 어이하리.” 하는 구절이 들어 있다.

 

 

무제가 신선(神仙)을 구하려고 애를 쓰다가 이때에 와서 허무함을 느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