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시조 익재 이제현

동문선(東文選)에 올라있는 익재공(益齋公)의 글(C)

녹전 이이록 2009. 2. 7. 17:44

● 동문선(東文選)에 올라있는 익재공(益齋公)의 글(C)

 

 

◆ 동문선 제15권 칠언율시(七言律詩)

 

 

○ 숙 임안 해회사(宿臨安海會寺)
 
절의 전각이 멀리 높직이 솟아 있는데 / 梵宮臺殿遠嵯峨
모래톱에 배를 대고 밤에야 찾아 갔네 / 沙步移舟夜始過
산협의 달은 복도로 돌아 나막신 소리를 따르고 / 峽月轉廊隨響?
시내 바람은 문에 들어 패옥을 울리누나 / 溪風入戶動鳴珂
산은 동파로 이름난 지 오래고 / 山因蘇子知名久
전왕 때부터 숱한 일을 겪었네 / 樹自錢王閱事多
언덕 위에 봄 돌아와 꽃은 적막한데 / 陌上春歸花寂寂
골짝의 새 우는 소리가 촌 노래를 화답할 뿐 / 唯聞谷鳥和村歌

* 맥상화(陌上花) 곡(曲)은 바로 이 땅의 일을 노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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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임안의 해회사에 숙박하면서 지은 시이다.

 

*동파(東坡) : 송(宋) 나라 시인 소식(蘇軾)의 호.
그가 항주(杭州 송대의 임안(臨安)의 지부(知府)로 좌천되었을 때 그곳 산수를 몹시 사랑하여 많은 유적(遺蹟)을 남겼다.

 

*전왕(錢王) : 오대(五代) 때 오월(吳越)왕 전씨(錢氏). 시조 전유(錢?), 그 손자 숙(叔)이 송(宋)에 항복하기까지

3세(世), 5주(主) 84년간(895~978) 왕이라 일컬었다.

 

 

○ 황토점에서 상왕(上王 忠宣王)이 참소를 입어 해명하지 못하심을 듣고
[黃土店 聞上見?不能自明]
 
별의별 세상일을 차마 들을 수 없구나 / 世事悠悠不忍聞
황폐한 다리 위에 말 세우고 말조차 막혔네 / 荒橋立馬忽忘言
어느 때 청천백일이 심사를 밝혀주리 / 幾時白日明心曲
이곳 청산에서 눈물 혼자 뿌리옵네 / 是處靑山隔淚痕
잔도 사른 장량이 어이 믿음을 저버리리 / 燒棧子房寧負信
예상의 영첩은 진작 은혜를 알았네 / ?桑靈輒早知恩
상한 마음이 몸에 날개나 돋쳐 / 傷心無術身生翼
운소에 훨훨 날아 궐문 밖에 외치지 못함이 한이로세 / 飛到雲?一叫?

쓱쓱 공중에 글을 쓰며 시름하고 앉았노니 / ??書空但坐愁
고생하시는 우리 임 어디 가 몸 쉬시리 / 式微何處是??
10 년 동안 가진 고난은 천 리를 올라온 고기 / 十年艱險魚千里
만고의 흥망 역사는 한 언덕의 담비 / 萬古升沈?一兵
해는 서로 달려가니 혼이 끊어지고 / 白日西飛魂正斷
강물은 동으로 흘러가니 눈물 먼저 흐르누나 / 碧江東注淚先流
수많은 문객들 중 닭 소리 개 도적도 없는가 / 滿門簪履無鷄狗
은덕 입은 나같은 자는 죽어도 면목 없네 / 飽德如吾死合羞

창자 속에 얼음과 숯이 들볶는 듯 / 寸腸氷炭亂交加
연산을 한 번 바랄 때 아홉 번 탄식 / 一望燕山九起嗟
뉘 알았으리 고래가 개미에게 시달릴 줄을 / 誰謂?鯨困?蟻
앙큼하구나 이와 서캐가 개구리를 중상하다니 / 可憐?蝨訴蝦?
난을 미리 못 막으니 얼굴이 붉을 만하고 / 才微杜漸顔宜?
전복된 것 바로잡을 무거운 책임 머리가 희어지네 / 責重扶顚髮易華
만고 금등에 끼친 글이 엄연하니 / 萬古金?遺冊在
관채숙 유언이 주실을 그르치지 못하리 / 未容群叔誤周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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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소를 입어 원나라 조정에 의하여 귀양가게 된 충선왕을 기리며 황토점에서 지은 시  

 

*예상(?桑) : 땅 이름. 춘추(春秋) 시대 때 진(晉) 조돈(趙盾)이 예상에 사냥 갔다가

영첩(靈輒)이 굶어 죽어 가는 것을 보고 밥 먹여 살렸더니,

뒤에 영공(靈公)이 갑사(甲士)를 매복시켜 돈을 죽이려 하므로

첩이 마침 공의 무사가 되었다가 창을 거꾸로 하고 막아 돈이 죽음을 면하였다.

 

*고생하시는[式微] : 《시경》의 〈식미(式微)편〉은 임금이 나라를 잃고 남의 나라에 가서 살면서 고생하는 것을 읊은 시다.

 

*한 언덕의 담비 : 한(漢) 나라 양휘(楊揮)의 말에, “예와 이제가 한 언덕의 담비와 같다.” 하였으니, 동류(同類)란 말이다.

 

*수많은 문객(門客)들 …… 개 도적 : 전국(戰國) 시대 때 제(齊) 나라 맹상군(孟嘗君)이 진(秦)에 들어가니

진 소왕(昭王)이 가두어 죽이려 했다.

 

맹상군의 문객 중에 개도둑질 잘하는 자가 있어 흰여우 갖옷[狐白?]을 훔쳐 왕의 총희(寵姬)에게 바쳐서

그곳을 벗어나 밤중에 함곡관(函谷關)에 이르렀는데 관문이 닫혀있었다.

 

그러자 객 중에 닭의 울음을 잘 흉내내는 자가 있어 닭울음소리를 내니 뭇 닭이 다 울어 관문이 열고 드디어 탈출했다.

 

*고래가 개미에게 시달릴 줄을 : 한(漢) 나라 가의(賈誼)의 굴원을 조상하는 부[弔屈原賦] 끝구에

“강과 바다에 비낀 전어와 고래가 개미에게 욕을 본다.”는 구절이 있다.

 

*금등(金?) : 주(周)의 무왕(武王)이 병이 있어 주공(周公)이 대신 죽기를 청하여 신(神에게 고하고 그들을 금등(金등)에 넣었다.

 

무왕이 죽자 주공이 섭정(攝政)하였더니, 그의 형제인 관숙ㆍ채숙이 유언(流言)으로 비방하자

성왕(成王)이 주공을 내쫓았으나 뒤에 금 등을 열어보고는 깨달아 다시 주공을 맞아왔다.

 

*관채숙(管蔡叔) 유언(流言)이 …… 못하리 : 관숙(管叔)과 채숙(蔡叔)은 주 무왕(周武王)의 아우요,

주공(周公)의 형들로 《사기》에 이르되, 무왕이 붕어하고 아들 성왕(成王)이 즉위했으나

나이가 어린 탓에 주공이 섭정하니 관ㆍ채가 나라에 말을 퍼뜨리되,

 

“공이 장차 어린애에게 이롭지 못하리라[管蔡流言放國曰 公將不利於孺子].” 해서 주공이 황공하여 동도로 피했더니,

뒤에 성왕이 주공을 맞아 돌아오매 그들이 모반하였다.

 

왕이 주공에게 토벌을 명하여 그들을 잡아 죽였다.《史記 管蔡世家》

 

 

○ 지치 계해년 4월 20일 〈당시 서번에 계시는 임금(충선왕)을 뵈오러〉 경사를 떠나며
[至治癸亥四月二十日發京師 上王時在西蕃將往拜]
 
태산 같은 임의 은혜 보답하지 못했으니 / 主恩曾未答丘山
만 리를 달리는 것 어이 어렵다 하오리 / 萬里驅馳敢道難
검을 퉁겨본다, 어찌 아녀와 이별을 하랴 / 彈劍不爲兒女別
잔을 들어서 친구의 정을 실컷 받으려네 / 引杯聊盡故人歡
돌아보면 오색 구름 금궐을 덮어 있고五雲廻首籠金闕
다정한 조각달은 옥관을 비치리라 / 片月多情照玉關
오직 맘에 걸리기는 백발이 눈과 같은 어머님 / 唯念慈親?如雪
두어 줄 맑은 눈물이 안장 위에 떨어지네 / 數行淸淚?征鞍

 

 

○ 단오(端午) 

 
경사 와서 여식한 지 열 봄이 지났는데 / 旅食京華十過春
서쪽으로 와 또 길손이 되었구나 / 西來又作問津人
공명 때문에 반생을 이미 그르쳤네 / 半生已被功名誤
객지에 오래 머무르니 명절이 놀라누나 / 久客偏驚節物新
부평 같은 나그네 종적은 청해의 달 밑이요 / 萍梗羈?靑海月
고향에 돌아갈 꿈은 태봉 먼 고장 / 松楸歸夢泰封塵
술집 찾아들어 창포주를 마시노니 / 旗亭且飮菖蒲酒
술 안 먹고 읊조리는 굴원 안 배우네 / 未用醒吟學楚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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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안 먹고 읊조리는 굴원(屈原) : 굴원의 〈어부사(漁父辭)〉에 굴원이 못가에 다니며

읊조리다가 어부를 만나,
“뭇사람 다 취하되 나는 홀로 깨었네.” 하였다는 말이 있다.

 

 

○ 제 장안 역여(題長安逆旅)
 
지친 나그네 다시 오니 진의 나무도 늙었구나 / 倦客重遊秦樹老
고운 임 가신 뒤에 농서의 구름만 멀고 머네 / 佳人一去?雲?
두옹의 3년 피리를 시름 속에 들으면서 / 愁聽杜?三年笛
장후의 만 리 떼를 구슬피 바라보네 / ?望張侯萬里?
꿈속의 내 고향은 혜초 장막 비었으리 / 夢裏家山空蕙帳
술 끝나자 낙숫물 등불을 떨어뜨리네 / 酒??雨落燈花
벼슬의 정은 엷어 가을구름 같다마는 / 宦情已似秋雲薄
한 치쯤 붉은 노을이 가슴에 아직 남아 있네 / 胸次猶餘一寸霞

해동의 기자나라 예의의 고장 / 海上箕封禮義鄕
진작 직공을 바쳐 황제님 은혜를 입었네 / 曾修職貢荷龍光
황하 태산 두고 만세토록 동맹의 나라 / 河山萬世同盟國
우로 받은 삼조의 성 다른 왕 / 雨露三朝異姓王
참소배를 누가 잡아 늑대에게 줄까 / 貝錦誰將委豺虎
선운두고(仙韻豆古)를 이름
싸움은 할 수 없이 참상에까지 이르렀구나 /
干戈無奈到參商

(조적(曹迪)이 형제를 불화(不和)케 함을 말함)
종묘의 신령이 도와 부지하리니 / 扶持自有宗?力
송도의 왕업이 다시 흥하고야 말리 / 會見松都業更昌

충성이면 하늘도 움직일 줄 믿어 왔더니 / 早信忠誠可動天
성군이 간사함을 용납할 줄 뉘 알았으리 / 孰云仁聖竟容奸
닭의 홰의 새벽은 양곡(해가 뜨는 동쪽 땅)에 환히 펼쳐지고 / 鷄竿曙色開暘谷
봉궐의 봄빛은 설산에까지 이르네 / 鳳闕春光到雪山
날 궂으려고 못 개구린 떠들며 싸우려는데 / 讖雨池蛙喧欲鬪
공(功)을 요행히 세우려는 간당(奸黨)들을 말함
하늘 높이 우는 학은 지쳐서 돌아가려네 / ?雲?鶴倦思還
민청(閔淸)ㆍ허유전(許有全) 두 노신(老臣)이 충선왕(忠宣王)의 일로 상서(上書)하여 진걸(陳乞)하려다가 방해하는 자가 있어 두 분이 오래 머무르지 못하고 귀국하려 함을 이름.
조그만 오와 설은 무엇이기에 / 區區吳薛何爲者
아가리 턱을 놀려 황제의 귀에까지 들렸는고 / 自鼓?胡徹帝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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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옹(杜翁)의 3년 피리- 두보의 〈청적(聽笛)〉시에, “3년 피리 속에 관산의 달이요,

만국 병장기 앞에 초목 바람[三年留裏關山月 萬國兵前章木風].”라고 하였다.

 

*장후(張侯)의 만 리 떼[?]- 한(漢) 나라 장건이 뗏목을 타고 은하(銀河)에 올랐다.

실은 멀리 천산(天山) 길을 뚫어 서역에 가는 것을 말한다.

 

*혜초 장막[蕙帳] 비었으리- 공치규(孔雉珪)의 〈북산이문(北山移文)〉에 “산 사람 가고 없으니,

혜초 장막 비었네[山人去兮黃帳空].”라고 하였다.

 

*참소배[貝錦]를 …… 줄까- 《시경》에, “참소하는 사람을 늑대 호랑이에게 던져 주리라.” 한 구절이 있다.

 

*참상(參商)- 옛날 고신씨(高辛氏)의 두 아들 알백(閼伯)과 실침(實沈)이 서로 화복하지 못해

날마다 간과(干戈)로 싸우므로, 임금이 알백을 상구(商丘)에 옮겨 상별[商星]을 주장하게 하고

실침을 대하(大夏)에 옮겨 참별[參星]을 주장하게 하였다.《左傳》

 

 

○ 달존의 살구꽃 시 운대로[達尊杏花韻]
 
봉성 서쪽의 한 그루 살구나무 / 一株仙杏鳳城西
봄빛을 독차지하고 버들 뚝에 서 있네 / 占斷春光傍柳堤
자욱한 자색 연기는 원근에 어려있고 / ??紫煙迷遠近
찬란한 붉은 해는 높고 낮은 데를 비추누나 / 離離紅日照高低
그윽한 향내가 이슬 머금어 벌꿀을 보태고 / 暗香帶露添蜂蜜
떨어진 꽃송이 바람에 날려 제비집 붙네 / 亂點隨風着燕泥
문득 생각나누나, 금파정 아랫길에 / 忽憶錦波亭下路
꽃 그림자 속에 취하여 붙들고 잡고 하던 일 / 滿身淸影醉扶携

따스한 봄날, 작은 마을 서쪽에서 / 淡蕩春光小卷西
담을 의지해 말 없이 긴 뚝을 굽어보네 / 倚墻無語俯長堤
붉은 납으로 단장된 꼭지를 바람이 불어 꺾고 / ?裝絳蠟風吹?
단사로 뭉친 꽃을 비가 나직이 눌렀구나 / 花?丹砂雨壓低
예쁜 여인 금한발(비파 끝에 붙인 장식)에 놀라 떨어지고 / 驚墮佳人金?撥
노니는 말의 비단 장니에 공교히 묻어가네 / 巧?游騎錦障泥
녹음 되고 열매 열면 속절없이 슬퍼지리 / 綠陰靑子空??
꽃놀이 실컷하며 헤어지지 마세나 / 滿意尋芳莫解携

어구(궁궐에서 흘러 나오는 개울) 남쪽 가 화교 서녁에 / 御溝南畔?橋西
한가한 틈 타 푸른 뚝에 거닐었더니라 / 記得偸閑步綠堤
당 밖에 내민 몇 가지는 봄비가 지난 뒤 / 出屋數枝春雨過
성을 두른 천 그루에 석양이 나직했지 / 繞城千樹夕陽低
대모 자리에 붉은 초 녹아 떨어지는 듯 / 玳筵錯落啼紅燭
임금님 조서에 자니가 젖은 듯 / 鳳詔淋?濕紫泥
긴 가지를 꺾어 꽃을 자세히 보려 하나 / 欲折長條賞天巧
꽃이 스쳐 떨어져 손에 들지 못할까 염려로세 / 却愁零落不堪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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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장니(障泥) : 호화스런 사람들은 말의 발굽에 비단으로 장니(障泥)를 만들어 타고 다닌다.
*자니(紫泥) : 임금의 조서(詔書)는 무도(武都)의 붉은 진흙으로 봉한다.

 

 

○ 환조하는 이 한림을 보내며[送李翰林還朝]
 
출중한 그대 풍골을 내 일찍이 알았더니 / 早知毛骨異凡流
청운에 득의하는 때를 눈을 닦고 보았네 / 刮目靑雲得意秋
삼급 풍뢰가 한사의 집에 일어나고 / 三級風雷起蓬?
구천의 우로가 조상 무덤까지 적시었네 / 九天雨露洽松楸
압록강 푸른 버들은 이별을 아끼리만 / 鴨江柳暗牽離思
금원에 핀 꽃들은 좋은 놀이를 기다리리 / 鼇禁花開待勝遊
술잔 들며 언제 다시 회포를 논해볼까 / 樽酒論懷更何日
백발인 내 신세를 산수간에 부치려네 / 白頭身事付蒼洲

○ 국재 권문정공 만사(菊齋權文正公挽詞)

청직 화직 다 지내고 상태에 올랐으니 / 揚歷淸華到上台
임금께선 나라의 대들보로 여기셨네 / 君王獨倚棟梁材
시서가 집에 가득하고 번소는 없었으며 / 詩書滿屋無樊素
벼슬 높은 자손 중엔 노래자도 있었네 / 簪履盈門有老萊
천 년 만에 학은 삼교 달에 돌아갔고 / 千歲鶴歸三嶠月
구연의 용이 오경 우레에 변화했네 / 九淵龍化五更雷
서투른 재주로 청덕을 옳게 명하지 못하니 / 才疏未足銘淸德
옥경대 옛날 생각에 눈물을 뿌리네 / 淚?當年玉鏡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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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上台) : 하늘의 삼태성(三台星)을 삼정승(三政丞)에 비하는데 상태(上台)는 수상(首相)이다.

 

*번소(樊素) : 백거이(白居易)의 시희(詩姬). 노래를 잘했다.

 

*노래자(老萊子) : 춘추(春秋) 시대 때 효자로, 나이 70에 오색 색동옷을 입고 어린애 놀음을 하여 그 부모를 즐겁게 했다.

 

*서투른 재주로 …… 못하니 : 작자(作者)가 국재(菊齋)의 비명(碑銘)을 지었다.

 

*옥경대(玉鏡臺) : 진(晉) 나라 온교(溫嶠)가 결혼할 때에 옥경대(玉鏡臺)로 예물을 삼았는데,

작자(作者)는 국재(菊齋)의 사위 때문에 이것을 인용하였다.

 

 

○ 봉주 용추(鳳州龍湫) 
 


산 앞에 푸르른 두 돌문[석문]이 열렸는데 / 山前翠石雙扉啓
돌 밑에 맑은 소가 만 길이나 깊구나 / 石底澄潭萬丈深
햇빛을 밝게 받아 눈부시게 반짝반짝 / 明浸日光紛閃閃
서늘한 숲그림자 잠겨 침침하여라 / 冷涵林影淨沈沈
이 백성들 탕 임금 때 가뭄에 비를 바라거니 / 斯民政要滋湯旱
어느 정승이 부열의 장마를 내릴 만한가 / 彼相誰堪作說霖
나드는 작은 고기들아 살펴보지 말아라 / 出沒魚兒休察見
아마도 용이 널 보내 인심 시험하는 듯하니 / 龍應先遣試人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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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湯) 임금 때 가뭄 : 은(殷)의 시조 탕(湯) 임금 때 7년 동안 큰 가뭄이 있었다.

 

*부열(傅說)의 장마 : 은(殷) 고종(高宗)이 현상(賢相) 부열을 얻어 나라가 잘 다스려졌다.

고종이 부열에게 명하는 사(辭)에 “만일 해가 너무 가물거든, 너를 써 장마비를 지으리라[若歲大旱 用汝作霖雨].” 하였다. 《書傳 說命》

 

 

○ 양화(楊花)

 

 

꽃 비슷 눈은 아닌데 어찌 그리 하늘대나 / 似花非雪最顚狂
넓은 하늘 솔솔 바람에 더욱 헤매는구나 / 空闊風微轉渺茫
갠 날 깊은 후원에 펄펄 날리고 / 晴日欲迷深院落
작은 못[池] 봄 물결에 둥둥 떠있네 / 春波不動小池塘
나부껴 섬돌에 앉으니 사뿐 그림자도 없고 / 飄來??輕無影
불어 사창에 드니 향긋한 냄새 / 吹入紗窓細有香
문득 회상되네, 동고에서 글 읽을 때 / 却憶東?讀書處
낙화와 반쯤 섞이어 빈 상에 지던 일 / 半隨紅雨?空床

 

 

○ 양안보 국공이 옥연당에서 태위 심왕을 위하여 차린 잔치에서
[楊安普國公宴太尉瀋王于玉淵堂]

 
호수 위 화려한 별장이 듣던 바와 같은데 / 湖上華堂?素聞
국공께서 잔치를 열어 우리 님을 즐겁게 하네 / 國公開宴樂吾君
한 말에 만전짜리 좋은 술이 노자잔에 가득 / 十千美酒??杓
이팔 가인들이 비취색 치마를 떨치누나 / 二八佳人翡翠裙
연꽃 향내 풍겨오는데 지나가는 빗소리 / ??香中聽過雨
부들풀 그림자 사이로 가는 구름이 보이네 / 菰蒲影際見行雲
생가가 끝나기 전에 거마가 왁자하니 / 笙歌未歇輪蹄鬧
어느덧 서산의 해가 저물려 하는구나 / 漠漠西山日欲?

 

 

○ 칠석(七夕)

 
빤히 바라보아도 만나보긴 어려운 터 / 脈脈相望邂逅難
하늘이 오늘 저녁엔 단란 한 번 허하네 / 天敎此夕一團欒
오작교는 은하수 멂을 한했었지만 / 鵲橋已恨秋波遠
원앙 베개엔 밤 누수 다해감을 어이 견디리 / 鴛枕那堪夜漏殘
인간에야 어이 모였다 헤어짐 없으랴마는 / 人世可能無聚散
신선도 역시 슬픔과 기쁨이 있는 것을 / 神仙也自有悲歡
예의 아내 영약을 훔쳐 마시고 / 猶勝?婦偸靈藥
만고에 홀로 광한전 지킴보다야 낫지 / 萬古?棲守廣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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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아내 …… 훔쳐 마시고 : 하우(夏禹) 때 유궁후(有窮后) 예(?)가 불사약(不死藥)을 얻어다 감춰 둔 것을

그 아내가 훔쳐먹고 신선이 되어 월궁(月宮)에 도망가 항아(姮娥)가 되어 홀어미로 광한전에 거처한다는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