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문선(東文選)에 올라있는 익재공(益齋公)의 글(E)
◆ 동문선 제32권 표전(表箋)
○ 황태자 책봉 기거 표(皇太子冊封起居表)
앞서 경연(京輦)을 모셨을 때 함께 행위(行葦)의 은덕(恩德)에 젖었삽더니,
지금 해번(海藩)을 지키면서 반도(蟠桃)의 수(壽)를 드리고자 원하옵나이다.
○ 하표(賀表)
건원(乾元)을 체(體)하옵신 당저(當苧)께옵서 만세(萬世)의 국조(國祚)를 여시옵고,
장자(長子)를 세워 황통(皇統)을 잇게 하사 백왕(百王)의 성전(盛典)을 이어 행하시오니,
덕음(德音)이 오로지 입혀지매 상서가 크게 나타나나이다.
운운. 건괘(乾卦)의 건(健)으로 임어(臨御)하시고 이괘(?卦)의 밝음으로 계술(繼述)하시어,
스승을 존중하시는 예(禮)가 진작 영문(令聞)에 드러나고,
군국(軍國)을 감무(監撫)하시는 권능(權能)이 진실로 여망(輿望)에 흡족하였사오니,
이는 대개 종묘와 사직[宗社]이 복을 드리우고 하늘과 사람[天人]이 꾀를 합하여,
신충(宸衷)에 복을 열고 방본(邦本)을 굳게 하심이로소이다.
이제 사랑을 넓히는 도리를 미루어 다시 호생(好生)의 인(仁)를 반포하옵시니,
사해(四海)가 모두 기뻐하며 삼한(三韓)이 더욱 경축하는 바로소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신(臣)이 일찍 금문(金門)의 통적(通籍)으로 은혜를 입사와
오래 동금(銅禁)의 시강(侍講)을 외람되이 하였사온데
해[日]를 받들고 물오리[鳧]같이 추창하여 가회(嘉會)에 참석하지 못함이 한(恨)이오나,
풍성(風聲)을 듣잡고 제비처럼 하례하옴은 진실로 범류(凡流)보다 곱절이나 되옵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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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괘(乾卦)의 건(健) : 《역경》의 괘사인데, 임금의 총명과 태자의 계술(繼述)을 노래한 상징이다.《易經》
*금문(金門)의 통적(通籍) : 고려왕이 원실(元室)에 입찬(入贊)하여 원 나라의 사위가 되었다.
○ 황태자 기거 전(皇太子起居箋)
티끌같이 미미(微微)한 몸으로 산(山)을 북돋우는 공효(功效)가 없음이 부끄럽사오나,
하늘처럼 머나먼 꿈속에서나마 안개를 헤치는 마음을 부질없이 보내드리옵나이다.
○ 하전(賀箋)
오직 충성되고 오직 효도로워 진실로 상제(上帝)의 마음에 맞고,
장자(長子)이면서도 어지시므로 드디어 전성(前星)의 위(位)를 바로하시니,
여정(輿情)이 속(屬)하는 바요, 방본(邦本)이 든든해졌나이다.
운운. 덕(德)이 천충(川?)을 품부(稟賦)하시고 학문이 날로 성취하시어,
이제 옥책(玉冊)을 내리시오니 길이 만국이 바로잡힘을 보게 되었습니다.
청개(靑蓋)의 수레를 타사 단정히 한 분의 경사를 받들고,
몸소 승조(承祚)의 중임(重任)을 맡으신 중에도 마음은 오로지 부지런히 문안(問安)을 드림에 있사옵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일찍 말료(末寮)에 봉직(奉職)하였을 때 외람되이 후권(厚권)을 입었사온데,
이제 제잠(?岑)에 자취가 구애되어 하반(賀班)에 참석치 못하오나,
곡해(鵠海)에 정성을 달리며 기쁜 눈물을 금치 못하옵나이다.
◆ 동문선 제37권 표전(表箋)
○ 사 성지 기거 표(謝聖旨起居表)
어린 나이에 북으로 올라와서 3년 동안 특별히 사랑을 받았으며 뼈에 새겨 동으로 돌아갔으니 하루인들 어찌 축수하기를 잊으오리까.
○ 사표(謝表)
간곡한 타이르심으로 은혜와 위엄을 보이시니, 조그마한 자질에 한갓 느껍고 부끄럼만 더하나이다.
운운. 선기옥형(璇璣玉衡)을 살피기를 순(舜)과 같이 하시며,
그물을 풀어 주기를 탕(湯)과 같이 하시어 능히 밝음에 양의(兩儀)에 참(參)하여 극(極)을 세우시고
너그럽고 간이(簡易)하여 사해(四海)가 한결같이 마음을 돌리게 하시나이다.
신은 외람되이 총각(總角)의 나이에 친히 수의(垂衣)의 덕화를 받들었사오나,
집안의 불행을 만나 편히 할 땅이 없을까 두려워 하였사온대
특별히 윤음(綸音)을 내리시어 번국(藩國)의 직책을 맡기시고,
사신을 보내어 훈계하는 말씀을 거듭 주시오니 어찌 신하와 백성들의 기쁨 뿐이오리까.
실로 종사(宗社)의 힘입을 바입니다.
이는 대개 의(義)는 먼데 사람은 회유(懷柔)하는 데 도타우시며, 인(仁)은 고아(孤兒)를 돌보시는 데 힘쓰시어
제환(齊桓)의 존왕(尊王)한 공을 생각하여 그 후예를 보존하려 하시며,
채중(蔡仲)으로 하여금 아비의 제사를 받들어 전날의 허물을 덮게 하심이라
신이 감히 일찍 일어나며 밤늦게 잠자고 공손히 따라서 생성(生成)의 은혜를 길이 입도록 아니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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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의(兩儀)에 …… 세우시고 : 사람과 천지[兩儀] 셋이 삼재(三才)가 되어 인극(人極)ㆍ인도(人道)를 세운다는 뜻이다.
*수의(垂衣) : 《주역》에, “황제(黃帝)와 요순(堯舜)은 의상(衣裳)을 드리우고 앉았으나, 천하가 잘 다스려졌다.” 하였다.
*제환(齊桓)의 존왕(尊王)한 공을 : 춘추 시대에 제 환공(齊桓公)이 오패(五覇)의 우두머리로서
제후(諸侯)들을 호령하여 왕실(王室)을 높이었다.
*채중(蔡仲)으로 …… 하심이라 : 주 성왕(周成王) 때에 왕의 숙부채숙(蔡叔)이 반란을 일으켰다가 죽었는데,
왕이 그의 아들 채중(蔡仲)을 봉하여 주어 채숙의 제사를 받들게 하였다.
*생성(生成) : 하늘은 만물을 낳아 주고[生], 땅은 만물을 이루어 준다[成]하는 것이다.
○ 사 어의주 기거 표(謝御衣酒起居表)
폐하께서는 온 천하에 아버지로 임하심에 은혜가 바닷가의 나라에까지 두루하시고,
신은 너그럽고 인자하신 덕을 어린애처럼 사모함에 마음은 후천(後天)의 축수가 간절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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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천(後天)의 축수 : 하늘보다도 뒤에까지 산다는 뜻이다.
○ 사표(謝表)
사신이 명령을 전함에 은총으로 물품을 하사(下賜)하심이 비상함을 보이시니,
잔약한 자질은 분수에 넘치어 느꺼운 정이 그지없음을 품었나이다.
공경히 생각하옵건대, 선대 받들기는 효도로 하시며, 소국을 사랑하기는 인(仁)으로 하시어
성무(聖武)의 조정에 근왕(勤王)한 것을 기억하고 먼 지방에 은혜를 베푸시며,
세황(世皇)의 때에 공주에게 혼인한 것을 생각하시어 특별히 친절한 말씀을 내리시고 겸하여
특이한 하사품(下賜品)을 보내시니, 구온(九온)의 선주(仙酒)는 우로(雨露)의 향기를 짙게 머금었고,
일봉(一封)의 궁금(宮錦)은 운하(雲霞)의 채색을 찬란하게 토하나이다.
하늘에서 내린 은택이 흐뭇하오며, 나라에 가득한 영광으로 환호(환呼)하나이다.
신이 감히 매양 뼈에 배인 은혜를 생각하와 거의 몸을 바치는 정성을 다하지 아니하오리까.
○ 사 공신호 기거 표(謝功臣呼起居表)
균천(鈞天)에서 구주(九奏)를 들었사옴에 오히려 한 꿈을 생각하오며,
숭악(崇岳)에 삼호(三呼)를 바치옴에 매양 만년(萬年)을 비나이다.
○사표(謝表)
천재(千載)에 한 때이라 하늘로부터 내린 명령을 기쁘게 받드옴에 사방(四方)만국(萬國)에서
희세(稀世)의 영광을 솟구쳐 듣나이다.
뼈에 새겨 어찌 잊으오리까. 몸을 가루를 내어도 갚기 어렵겠나이다.
공경히 생각하옵건대 운운. 간이(簡易)함으로써 아래에 임하시며, 오직 정하여 중을 잡으셨나이다.
조종(祖宗)의 행하던 바를 따라서 성내지 않아도 위엄스러우며, 말하지 않아도 믿어지고,
제(帝)의 법칙을 순히 하매 지내는 곳에는 화(化)하고 있는 곳에는 신(神)하여지나이다.
초목의 발육에 이르러서도 모두 건곤(乾坤)의 은택 이옵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어린 나이로부터 높은 얼굴을 뵈어 용루(龍樓)에서 숙위(宿衛)에 참예하였으나
이미 실끝 털끝의 보탬도 없었삽고, 접역(?域)에서 번국(藩國)의 위(位)를 이어 받아서도
역시 한 자, 한 치의 공로도 없었나이다.
어찌 열두 글자의 표창이 백 가지에 한 가지의 잘한 것도 없는 몸에 그릇 미치셨나이까.
이는 대개 폐하께서 소국의 여러 대 근왕(勤王)한 공로를 생각하시고,
어리석은 신하의 임금 사모하는 정성을 불쌍히 생각하심을 만나서입니다.
특별히 윤발(綸?)의 말씀을 내리시어 정종(鼎鐘)에 새기는 데 견주게 하시오니,
신은 삼가 마땅히 뜻으로는 인(仁)을 구하여 백성에 은혜롭기를 힘쓰며, 몸으로는 의(義)를 보존해서 안정되도록 하겠사오며,
상국(上國)의 밝고 밝은 교훈을 엄히 여겨 감히 받들어 행동하지 아니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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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 잡으셨나이다 : 순(舜)이 우(禹)에게 임금의 자리를 전하여 주면서,
“오직 정하고 오직 전일하여[惟精惟一] 진실로 그 중을 잡으라.” 하였다.
*화(化)하고 …… 신(神)하여지나이다 : 《맹자》에서 나온 말인데,
“성인은 덕이 하늘과 같으므로 이 세상에서 지내는 데마다 화(化)하여지고, 이 세상에 있으면 신(神)과 같다.” 하였다.
*접역(?域) : 동해에 가재미[?]가 나므로 우리나라를 접역이라 한다.
*열두 글자의 표창 : 공신(功臣)으로 책정(策定)하는 데에 열두 글자의 훈호(勳號)를 내렸다.
*윤발(綸?)의 …… 새기는 데 : 국가에 큰공이 있으면 그 사실을 글로 적어서 솥이나 종에 새겨 전한다.
○ 조사 사은 기거 표(詔赦謝恩起居表)
북신(北辰)이 제자리에 있음에 아래로 석목진(析木津)에 임하였고
동해에 봉강(封疆)을 지키매 위로 반도(蟠桃)의 나이를 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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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목진(析木津)에 임하였고- 《논어》에 “정치를 덕으로써 하는 것은, 비유하면
북신(北辰- 북극北極)이 제자리에 있으면 모든 별이 그리로 향(向)함과 같다.” 하였다.
석목진은 성좌(星座)의 이름이다.
*봉강(封疆)- 諸候에게 내리는 세습령토-신하관계가 아닌 독립된 통치체제
*반도(蟠桃)- 서왕모(西王母)의 동산에 반도라는 복숭아나무가 있는데, 3천년만에 열매가 한 번씩 성숙한다 한다.
○ 사표(謝表)
건곤(乾坤)의 큰 은혜로 곡진히 만물의 생성(生成)을 온전히 하여 주시며,
부모의 지극한 사랑으로 곧 어리석은 아이의 허물을 잊으셨나이다.
운운. 폐하께서는 성(聖)하시며 신(神)하시고, 간이(簡易)하며 너그러우시어,
다스림은 무위(無爲)를 숭상하시어 순(舜)의 간우(干羽) 춤추는 것을 본받으시며,
마음은 불인(不忍)함에 돈독하사 탕(湯)의 그물 풀어 줌을 법 받으시니,
이 사해(四海)의 태평함이 한 사람의 경사로 된 것입니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다행히 좋은 시대를 만나 소국을 이어 받았더니 역적이 강상(綱常)을 범하여
거의 나라를 엎칠 뻔하였사온데, 어리석은 신이 창졸간에 대비하기 바빠서 미처 폐하께 들리지 못하였나이다.
지금 엎드려 받자오매 운운. 먼 데를 보는 밝으심으로써 더러운 것을 포용해 주시는 도량을 넓히시어,
사기(事機)의 부득이 하였던 것을 짐작하시고 실정이 어쩔 수 없었던 것을 불쌍히 여기시고,
벼락의 위엄을 풀으시어 지낸 일을 허물하지 않으시며, 우로(雨露)의 은택을 적시어 모두 새롭게 되도록 하여 주시니,
건곤이 만물의 생(生)을 온전히 하여 주심과 부모가 아이의 허물을 잊으심도 족히 여기에는 비유할 수 없나이다.
사람이 나무나 돌이 아닌 바에야 어찌 느낄 줄을 모르오리까. 신은 삼가 마땅히 폐하의 덕음을
신하와 백성에게 선포하여 한 지방을 안정시키며, 세시(歲時)에 조공을 바치어 만세(萬世)에 변함이 없도록 하지 아니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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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舜)의 …… 것 : 순(舜)이 삼묘(三苗)를 치다가 복종하지 않자 돌아와서 문덕(文德)을 펴고
간우(干羽)의 춤을 추었더니 삼묘가 곧 복종하여 왔다.
이것은 무력(武力)을 쓰지 않고 문덕(文德)으로 교화한다는 뜻이다. 간우는 방패에다 깃을 달아서 추는 춤이다.
*마음은 불인(不忍) : 마음이 인자하여 차마 하지 못한다는 말이니, 맹자(孟子)는 예(例)를 들기를,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애가 엉금엉금 기어서 우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면 사람은
차마 그대로 있지 못하고 달려 가서 구한다.” 하였다.
○ 사 은자원패 기거 표(謝銀字圓牌起居表)
동해(東海)를 경계로 하여 봉함을 받았으매 일찍이 은총을 받았사오니,
제자리에 있는 북신(北辰)을 쳐다보며 충성을 바치오리다.
○ 사표상(謝表上)
밝게 들음이 반드시 낮으니 하늘에 어찌 학(鶴)의 울음소리가 안 들리리까.
임금의 은혜가 치우치게 무거우니 산이 모기의 힘으로 질 것이 아니옵니다.
일국의 감명(感銘)하는 바이며 사방이 흠모하나이다.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융성한 때를 만나 다년간 숙위(宿衛)하였나이다.
하직하고 돌아오매 비록 늘어서던 반열에는 빠졌사오나, 낯빛을 부드럽게 하시어 매양 아뢰는 말씀을 받아 주셨나이다.
마침 천한 사신이 돌아옴에 선신(先臣)에게 주셨던 것을 돌려주시니,
쇄서(璽書)육축(六軸))은 사명(使命)을 받자온 증거가 있으며,
은자(銀字) 삼부(三符)는 군정(軍情)을 보고하는데 지체가 없게 되었나이다.
이는 대개 폐하께서 간이(簡易)하게 임하시며 너그럽게 대접하시고,
후히 가고 박하게 오게 하시어 먼 지방의 백성에게 박애(博愛)하여 내지(內地)와 같이 보시며,
선대의 조그만 공로를 기억하시어 후손에까지 어루만져 주심을 엎드려 만났음이라,
신이 감히 어찌 조상의 하던 바를 따라서 제후(諸侯)의 직분을 이행하지 않겠사오며
'천자(天子)의 아름다운 명령을 복종하지 않겠습니까.'
밤늦게 자며 일찍 일어나서 성인(聖人)의 수를 빌겠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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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게 …… 낮으니 : ‘하늘이 높아도 듣는 것은 낮다[天高聽卑].’는 말이 있는데, 땅 위에 있는 것을 다 듣는다는 뜻이다.
*학(鶴)의 …… 들리리까 : 《시경》에 “학(鶴)이 언덕에서 우는 데 소리가 하늘에 들린다.”라는 말이 보인다.
*쇄서(璽書) : 임금의 옥쇄(玉璽)를 찍은 친서(親書).
○ 발올아찰 연후 사 기거 표(발兀兒札宴後謝起居表)
폐하께서는 온 천하에 아버지로 임하시어 한결같이 보는 인[一視之仁]을 내리시니,
신은 성명(聖明)에게 어린애가 부모 사모하듯 하여 더욱 삼호(三呼)의 축수를 바치오리다.
○ 사표(謝表)
하늘이 머온지라 감히 부르짖음이 들리기를 기억하였사오리까마는,
초목이 미세하여도 문득 은혜와 영광에 목욕함을 받았나이다.
느껍고 놀라움에 겹쳐 이르매 저도 모르게 뛰고 춤추어지나이다.
운운. 우(禹)의 검소함과 부지런함을 본받으며, 탕(湯)의 성경(聖敬)에 나아가서
조종(祖宗)이 예(禮)를 일으킨 것을 따르니 비록 옛 나라이나 국운(國運)이 새로우며,
종묘 사직의 아름다운 성서를 차지한 것이 오늘에 융성하나이다.
겸하여 낮은 것을 구부리고 듣는 밝음을 베푸시어 능히 소국 사랑하는 인(仁)을 도탑게 하시나이다.
해 뜨는 나라를 돌보시어 우리 천녀(天女)를 낳으셨으니,
덕은 곤순(坤順)을 타고났음에 육궁(六宮)에 모도(母道)를 따랐고,
세자(世子)를 낳는 경사 있음에 나라 근본을 만세(萬世)에 굳게 하셨나이다.
이에 선원(璿源)의 귀척(貴戚)을 내려보내어 옥절(玉節)의 중신(重臣)으로 달려오게 하셨나이다.
이미 덕으로써 취하게 하심에 구생(舅甥)간에 영원한 정을 맺으시니 그 빛이 나타나지 않으오리까.
아마도 이(夷)와 중화(中華)에서 흠선 하게 보리이다.
신은 감히 날개로 알을 덮어 주듯 한 그 은혜를 생각하여 분골쇄신(粉骨碎身)으로 보답하여,
오로지 기자(箕子)의 봉토(封土)에 속국의 직분을 다하고, 매양 화봉인(華封人)의 축수에 정성을 바치지 아니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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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湯)의 …… 나아가서 : 《서경》에 “탕(湯)의 성스러움과 공경함이 날로 오른다[聖敬日?].”라는 말이 있다.
◆ 동문선 제40권 표전(表箋)
○ 진정 기거를 진정하는 글[陳情起居表]
온갖 냇물이 동해로 달리듯이 어느 누가 감히 조종(朝宗)에 뒤질 것이며,
남산같이 만수를 누리시라는 외침을 본떠 신은 남 먼저 빕니다.
○ 진정하는 글[陳情表](陳情表)
삼가 지정(至正) 5년 모월 모일 반사(頒賜)하신 조서 조문 안에 말한 대문을 보매,
금후로는 중국 사람, 고려 사람, 남방 사람들로 발설(薛)에 투입한 자는 모두 차한(此限)에 있다 하였습니다.
받들어 읽은 이래로 놀랍고도 황송하여 그대로 말할 수 없기로, 우러러 천청(天聽)을 번거롭게 하는 바입니다.
천지는 사(私)가 없으므로 물정(物情)을 순히 받아들여 모두 다 길러주고,
제왕(帝王)은 일을 작성하려면 백성의 뜻을 살피어 반드시 그에 따르기로 감히 고언(?言)을 올리어
총청(聰聽)을 기울이시기 기대합니다. 운운.
능히 밝고 은혜로우며 존(存)한 것은 신(神)이라, 공이 우뚝하고 문장이 빛나서 공손하고 검소함을 숭상하고,
덕으로써 인도하고 예로써 한결같이 하여 태평을 이룩하셨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성조(聖朝)가 의(義)를 떨쳐 기업을 창건함으로부터, 소국은 바람을 향하여 먼저 복종하였고,
위력을 도와 도적을 토벌하여 요민(遼民)의 노리는[狼顧] 음모를 막았으며,
험함을 무릅쓰고 군사를 영접하여 세조의 용흥(龍興)의 업을 보좌하였던 것입니다.
이로 말미암아, 생구(甥舅)의 친(親)을 강론하고, 보리(保釐)의 위(位)를 맡기고,
자제(子弟)들을 불러들여 숙위(宿衛)에 충당하고, 자리는 웅언자대(雄言刺臺)에 차례를 얻게 하고,
흠(欽)도 또한 도우야속(?于也速)에 참예하게 해 주셨던 것이었습니다.
하물며 지금 곤원(坤元)이 덕에 배합하매 어찌 만국의 영관(榮觀)뿐이겠습니까.
진색(震索)이 상서를 쌓으니 오로지 이 삼한의 경사입니다.
그러므로 어리석은 마음에 스스로 헤아리기를, 모든 이성(異姓)과 더불어 동등할 바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기왕의 충성과 근고를 무시하지 마시고, 또한 만나기 어려운 연분을 생각하시어,
대대로 척의를 함께 하여 사태(沙汰)의 혐의를 끼치는 일이 없게 하여 주시면,
더욱 황은(皇恩)을 봉대(奉戴)하여 거의 분미(粉?)의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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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리는[狼顧] : 여우가 노리는 물건. 악랄하고 탐욕스럽게 무엇을 얻고자 노림의 형용.
《진서(晉書)》에 “조의가 동쪽 제를 노렸다[曹?狼顧東齊].” 하였다.
*용흥(龍興) : 옛날에 용(龍)을 임금에 비하였으므로 새 임금의 발흥을 말한 것이다.
*보리(保釐) : 안보하여 다스린다는 뜻이다. 《서경(書經)》 필명(畢命)에,
“필공(畢公)을 명하여 동교(東郊)를 보리(保釐)하게 하였다.” 하였다.
*숙위(宿衛) : 대궐을 숙직하며 경호를 담당하는 소임이다.
《주례》 지관(地官) 고인편(?人篇) 사서자(士庶子) 주에,
“사서자란 것은 경(卿)ㆍ대부(大夫)ㆍ사(士)의 자제로 왕궁(王宮)을 숙직하는 자이다.” 하였다.
*곤원(坤元) : 《주역》 곤(坤)에, “크다 곤원(坤元)이여[大哉坤元].”한 데서 기인된 것인데,
왕비(王妃)에게 비유하여 쓴다.
*진색(震索) : 《주역》 진괘(震卦)를 말한 것인데, 진괘의 괘상(卦象)이 일색(一索)으로 남(男)을 얻었다 하여
장남(長男)이라 칭한다.
*사태(沙汰) : 도태(陶汰)와 같은 말이다.
《삼국지》 주거전(朱據傳)에, “관직에 있으면서 탐오한 것을 미워하여 도태시키고자 하였다[疾貪汚在位 欲沙汰之].” 하였다.
*분미(粉?) : 몸이 가루가 되고 뼈가 죽이 되어도 은혜를 못다 갚는다는 말로 쓴 것이다.
○ 공주를 위한 칭호를 내려주기 바라며 진정 기거하는 글[爲公主乞賜稱號陳情起居表]
청사(靑社)의 봉한 땅을 지키오매 진접(晉接)의 하루 동안 세 번 뵈올 길은 막혔으나,
대궐에 축원을 바치매 항상 숭호(嵩呼)의 만세 부른 일을 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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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靑社) : 오색(五色) 가운데 청색이 동쪽 방위에 해당하므로 동방을 청사(靑社)라 쓴 것이다.
*진접(晉接) : 임금에게 나아가 뵘. 《주역》 진(晉)에, “말을 많이 내려주고 하루에 세 번씩 접견한다[用錫馬蕃庶日三接].” 하였다.
*숭호(嵩呼) : 산호(山呼)와 같은 말로 임금을 축수하는 데 쓰는 말이다.
《한서(漢書)》 무제기(武帝記)에, “무제가 숭산(嵩山)에 오를 때 사당으로부터 이졸(吏卒)들이
모두 만세 삼창을 소리 높여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武帝登嵩山 從祀吏卒皆聞三次高呼萬歲之聲].” 하였다.
○ 진정하는 글[陳情表]
어린아이가 생떼를 부리는 것은 오로지 사랑하는 아비의 정을 믿기 때문이요,
임금은 진실로 총명하매 곡진히 어리석은 백성의 욕망을 따라주는 것입니다.
바라건대 굽어살피시어, 간곡한 말씀을 용납하여 주소서. 운운.
정성으로부터 온 밝음이요, 착한 것을 판단하여 움직이며,
어진 이에게 맡기면 변경하지 아니하여 천년의 경회(慶會)를 열었고,
사랑함을 세우되 오직 어버이로부터 하여 사방의 환심을 얻으셨습니다.
돌이켜볼 때 이 용렬한 인품도 다행히 창성한 시대를 만났으니,
진실로 간절한 소회를 진달함에 있어, 어찌 반드시 나직이 들어주시지 않겠습니까.
왕희(王姬)를 데려다 배필로 삼았으니 영광이 아닌 바 아닌데,
국속(國俗)이 지금 이름을 마구 부르고 있으니 온당한 바 아니며,
금지(金枝)의 보첩(譜牒)에 실려 있으니 동관(?管)의 규례를 따랐으면 합니다.
만약 폐하께서 그가 먼 지방에 와서 사는 것을 불쌍히 여기시어 옛 준례에 따르라는 허락을 내려주신다면
은혜가 구달(九?) 대궐에 통하여 무르익은 오얏꽃으로 하여금 빛을 더할 것이며,
덕을 느낀 삼한(三韓)은 대춘(大椿)을 들어 만수를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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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金枝) : 금지옥엽(金枝玉葉)의 준말인데, 왕족(王族)의 존귀함을 말한다.
*동관(?管) : 붉은 대롱으로 장식된 붓을 말한 것인데,
옛날에 여사씨(女史氏)가 이 붓을 가지고 궁중(宮中)의 정령(政令)과 후비(后妃)의 사적을 기록하였다.
《시경(詩經)》 패풍(?風)에, “나에게 동관(?管)을 주다.” 하였고, 그 주에,
“반드시 붉은 대롱으로 장식한 것은, 여사(女史)로 하여금 단심(丹心)으로 부인을 섬겨서
비첩(妃妾)의 차서를 바르게 하기 위함이다.” 하였다.
*대춘(大椿) : 《장자(莊子)》 소요유편(逍遙遊篇)에,
“상고 시대에 큰 춘(椿) 나무가 있어, 8천 년을 한 철 봄으로 삼고, 8천 년을 한 철 가을로 삼는다.” 하였다.
○ 진정 기거하는 글[陳情起居表]
동방의 봉해 주신 땅[賜履]을 받았으매 아무쪼록 기자(箕子) 팔조(八條)의 교화를 준수하고자 하여,
북궐(北闕)의 수의(垂衣)를 바라고, 가만히 봉인(封人)의 삼축(三祝)의 정성을 본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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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垂衣) : 무위(無爲)의 지극한 정치를 말한 것이다.
《주역(周易)》 계사(繫辭)에, “요순(堯舜)은 의상(衣裳)을 드리우고 앉았어도 천하가 다스려졌다[堯舜垂衣裳 而天下治].” 하였다.
*삼축(三祝) : 《장자(莊子)》 천지편(天地篇)에, “요(堯) 임금이 화(華) 땅을 순회하자
화 땅의 봉인(封人)이 요 임금에 축원을 드리기를 청하며, 성인(聖人)으로 하여금 수(壽)하시고, 부(富)하시고,
아들을 많이 두시게 하겠습니다 하였다.” 한다.
○ 진정하는 글[陳情表]
당연히 아뢰어야 할 일을 아뢰지 않는다면, 어찌 신하의 충직한 마음이라 하겠으며,
가히 채택할 만한 일이면 반드시 들어주는 것은 바로 성주(聖主)의 포용하시는 도량이기로,
감히 어리석은 포부를 드러내어 총문(聰聞)을 번거롭게 합니다. 운운.
우(禹) 임금의 검소하고 부지런함을 본받으시고, 탕(湯) 임금의 용맹과 지혜를 지니시어,
아랫사람을 간편하게 대하고 대중을 너그럽게 다루어 큰 업의 죽포(竹苞)를 열고,
남에게 주는 것은 후하고 자신이 받는 것은 박하여 여러 나라의 충성을 바치게 하였습니다.
엎드려 생각건대, 소국은 드디어 조종(祖宗)의 대(代)로부터 생구(甥舅)의 영광을 입었으매,
비록 풍속은 중원에게 부끄러우나, 총애는 많이 상국에서 얻었습니다.
이번 영안왕(榮安王)의 대부인(大夫人) 이씨(李氏)는 대대로 벼슬한 후예요,
예의(禮義)의 이름난 집안이며, 곤원(坤元)의 덕을 길러내어 일찍이 황금의 수레를 타게 되었고,
진색(震索)의 상서를 길렀으니 마땅히 금루(金縷)의 문을 열게 될 것입니다.
그윽이 듣건대, 황조(皇朝)의 법에 이른바 불올얼[?兀兒]이라는 것이 있어 인아(姻?)의 즐김을 합하고,
자손의 경사를 만든다고 하니, 옛적에도 이미 이와 같았는데, 지금은 어찌 그렇지 않사옵니까.
만약 폐하께서 대부인 이씨를 위하여 거룩한 예전(禮典)을 거행하여, 특수한 은혜를 표시하여 주시면,
구족(九族)이 친목의 의를 느껴 영원한 세대를 맹세하고 잊지 않을 것이며,
온 나라가 아름다움을 드리는 정성을 다하여 후천(後天)까지 오래 수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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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포(竹苞) : 대가 더부룩하다는 뜻. 《시경(詩經)》 소아(小雅) 사간편(斯干篇)에,
“대나무처럼 더부룩하고 소나무처럼 무성하다[如竹苞矣 如松茂矣].”라 하였는데,
장수를 축원할 때 죽포송무(竹苞松茂)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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