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棗조)→ 밤(栗율)→ 배(梨이)→ 감(枾시) - 차례 상 과일,
종류 - 순서 따로 없었다.
관혼상제 전문가 김시덕 박사가 전하는 진설법의 진실
《“조율이시(棗栗梨枾· 대추. 밤. 배. 감)이 맞아? 조율시이가 맞아?”
누군가의 정성과 노력이 담긴 차례 상이지만 그 앞에서는 심심찮게 진설(陳設· 제사 때 법식에 따라 상을 차리는 것) 법에 대한 집안 어른들의 논쟁이 벌어진다.
가가례(家家禮)라고 해 ‘도랑을 건너면 다르다’는 게 진설법이다.
그중 가장 의견이 분분한 게 차리는 사람 입장에서 제일 앞줄인 ‘과(果)’다. 》
어떤 집은 대추. 밤. 배. 감 순으로 놓지만 어떤 집은 감과 배가 바뀌고, 기타 과일을 그 뒤에 놓는 집이 있는가 하면 대추 – 밤과 배 – 감 사이에 잡과를 놓는 집도 있다.
물론 홍동백서(紅東白西·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음)를 따르기도 한다.
국가장에 조언하기도 했던 관혼상제 전문가 김 박사의 차례상 차림에 관한 얘기를 들어봤다.
“과줄을 순서대로 조율시이로 쓴 가장 오래된 기록은 언제 것일까요? 16세기? 18세기?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최고(最古)는 겨우 1919년 것이에요.”
◈ 조선의 각종 예서(禮書)를 바탕으로 본 진설법
진설법..........................뜻...............................예서와의 비교
두서미동(頭西尾東).....생선의 머리는 서쪽, 생선의 배를 신위 쪽으로 놓는다는 기록
꼬리는 동쪽에 놓음......생선의 머리를 오른쪽으로 한다는 기록이 있음
--------------------------------------------------------
좌포우해(左포右醢.----포는 왼쪽에, 차리는 사람 기준에서 좌우를 구분한 것으로 .
------------------------------식혜는 오른쪽에 놓음.
------------------------------나중에 만들어진 말. 예서는 대부분 신위가
------------------------------상을 바라보는 걸 기준으로 좌우 구분
---------------------------------------------------------
어동육서(魚東肉西)-----어류는 동쪽에.육류는 서쪽에 둠 기록이 있음.
-------------------------------중국은 바다가 동쪽에 있어서 이렇게 했다는
---------------------------------------------------------
반서갱동(飯西羹東)----밥은 서쪽, 국은 동쪽에 것이라고 나옴
------------------------------마른 것과 물기가 있는 것을 구분하기 위한
---------------------------------------------------------
김 박사는 지난해 ‘국학연구’에 이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기록은 경북 경산의 유학자 정기연 선생(1877∼1952)이 1919년 놀이로 진설법을 익히도록 창안한 습례국(習禮局)의 진설도다.
그럼 조선의 유학자들이 펴낸 수많은 예서(禮書)에는 어떻게 돼 있을까?
“고려 말 들어온 주자의 ‘가례(家禮)’ 이후 모든 예서가 ‘과, 과, 과, 과’입니다.
과일을 6종류 또는 4종류 올린다고 돼 있을 뿐이지 구체적으로 어떤 과일을 놓아야 할지 정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조선 후기 학파와 무관하게 사용된 예서 사례편람(四禮便覽)도 마찬가지죠.”
김 박사는 “19세기 중반 쓰인 ‘금곡 선생 문집’에 집안 제사에 조율시이를 차린다고 나오지만 이게 늘어놓는 순서는 아니다.”며 “이전까지는 이것저것 집에 있는 과일로 차리다가 19세기 들어 이 4종류 과일이 제사상, 차례상 차림으로 정착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것도 단지 조선에서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었던 까닭이다.
“대추, 밤, 감의 특징이 뭘까요.
말리거나 묻어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거예요.
쉽게 말해 벽장 속에서 꺼낼 수 있는 과일을 차린 거지요.”
좌포우해(左脯右해)니 두서미동(頭西尾東)이니 하는 방식이 집집마다 퍼진 것은 오히려 1970년대 이후일 가능성이 있다고 김 박사는 본다.
“1960년대부터 학자들이 전국을 돌며 제사 상차림을 조사했어요. ‘집안에 이러이러한 차림법이 있습니까’ 하고 물으면, 없어도 이후로는 그렇게 차릴 수 있는 것이지요.
말하자면 조사자로부터 ‘역전파’가 된 거죠.”
김 박사는 “주자의 가례도 기존 중국 예서의 논리를 과감히 뒤집은 책”이라며 “복잡한 진설법에 구애받지 말라”고 당부했다.
“조리된 음식을 사서 차례 상에 올려도 되느냐는 질문도 많이 받아요.
조선시대 종부(宗婦)들이라고 다 직접 음식을 했을까요?
하인들이 다 했죠. 음식을 주문해서 상에 올리는 것도 정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