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제사의 합제 찬성과 반대 의견
앞서 올린 글 ‘요즈음의 제사 모시기’와는 달리 제사를 합쳐서 모시는 것에 반대하는 ‘초록’님의 글이 좋고 이를 격려하고 동조하는 님들의 글을 복사가 되기에 올립니다.
daum 모 cafe 에서 발췌한 글임을 밝힙니다.
먼저 한 분이 아래와 같은 글을 올렸습니다.
【원래 제사(기제사)는 돌아가신 날 자시(~ 이른 새벽)에 지냅니다.
본래대로 꼭 고인이 돌아가신 날 지내야 한다며 합제(=합동제사=합사)를 반대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만 현대산업사회의 원거리 분산거주, 제사 후 귀가, 익일 출근 등의 여건상 합제가 무난하다며 찬성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합제는 아버지제사 어머니제사를 돌아가신 날 따로 따로 지내는 것이 아니라 두 분의 제사를 한 번에 지내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조부모제사까지도 합제로 같이하는 집안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조부 양위(兩位)분을 한 번에, 증조부 양위분을 한 번에, 부모 양위분을 한 번에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자시(子時. 오후 11시 ~ 오전 1시)라는 시간을 쓰지 맙시다. 1일 1시간이라는 차이가 나는 ‘자-해시제’보다는 양력일자에 정확한 현대 시간를 적용하여 사용하는 것이 바를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子時는 오늘날의 24시간제가 아닌 옛 시간인 12시간제(자 ~ 해시)를 사용하던 때의 시간입니다. 묘하게도 이 子時 시간대가 오늘날에는 제사일(고인이 돌아가신 날)의 전날 1시간, 다음날 1시간에 걸쳐 있어 전날부터인지 다음날부터인지를 말하는데 혼란을 주기 때문입니다.
오전 0시부터 이날 오후 12시까지가 고인이 돌아가신 날이고 기제사는 밤에 모셔야 한다니까 어두운 새벽이나 이날 저녁 시간대에 제사를 모시면 될 것입니다.)
위의 주장과는 달리 초록님이 올린 글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어제 제사를 모시고 식사를 하면서 남편이 제안을 한다.
‘엄마도 연세가 높고 집사람도 이제 나이가 많으면서 직장에 다니니까 제사를 합제를 하자’ 고....... 사흘 뒤에 시아버님의 제사가 또 있기 때문이다.
시어머니가 제일 먼저 찬성을 하고 나선다.
고모님들은 대답이 없다.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주방에서 열심히 뛰어 다니던 내가 나섰다. ‘반대한다.’고.....
‘제사란 게 돌아가신 날을 기념하는 건데 모자를 합치다니... ’
(설명 * 어제 제사를 모신 분은 할머니이고 사흘 뒤에는 시아버님 제사니까 이 두 분의 제사를 합친다는 말은 어머니와 자식을 가리키는 말이니 母子간이다.)
‘그건 합치는 게 아니고 시아버님 제사를 없애는 거라고 싫다.’ 했다.
(설명 * 어머니와 아들 제사를 합친다면 어머니 제사에 아들을 같이 모셔야 하니 초록꽃님으로 보아서는 시아버님 제사를 없애는 것과 같아 싫다고 한 것이다.).
(생략).........질부인 나도 이렇게 고마움을 표시하는데 어떻게 자식이 되어 그럴 수 있는지 내가 다 섭섭했다.
그 고종시동생 들으라고 더 큰소리로 ‘제사를 그렇게 지낼 바에야 차라리 지내지 않는다.’고 했다.
어른들은 내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에게는 내가 젊은이다.
요즘 젊은 사람이 일 싫다 할 텐데 경우에 맞다. 고 난리들이다.
난들 왜 일을 좋아할까?
아무리 일을 싫어해도 경우에 맞지 않는 건 할 수 없다는 내 생각이다.
새벽녘에 자리에 누워 남편은 계속 고마워한다.
‘수고했다. 제사를 지내겠다는 마음이 정말 고맙다.’ 고...
세상이 편리한 쪽으로 자꾸 바뀌니까 언젠가 합제가 많아 질 것이고 또 언젠가는 제사를 안 지내게 될지도 모른다.
내게는 기독교적 성향이 있기 때문에 제사 자체에 의미도 두지 않는다.
내가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사서 고생을 하는 건 아닌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전근대적 사고는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에 젖어본다.]
아래와 같은 ‘댓글’이 올라왔기에 이 또한 정겨운 대화들이라 글을 올립니다.
◈ 풀잎
제 친구 중에도 13번 제사 차리는 친구 있어요..
거기에 양명절... 두 번. 어르신들 생신... 휴~!! 우리 함, 만나봅시다요..
이거 할 야그 많을 거 가터요..하하하
┗ 초록
제사 9번, 양명절, 시어머니와 남편의 생일 번번이 모이는 행사수입니다.
제사도 윗대 잘라 정리하고 생일은 몇 년 전부터 식당에서 하니까 한결 편하네요.
◈ 묵언
음...제 어머니는 팔순을 넘긴 나이시지만 윗대 어른들의 제사 날과 아버님 7형제분들과 집안 친지들의 생신을 잊고 그냥 넘기는 적이 없으신데요...
사명감 반, 즐거움 반으로 일을 치루어 내는 어머니의 이런 모습이 제게는 참 경외스럽습니다.
저는 둘째가 되어서 형님과 상의를 거쳐 제사를 일부 넘겨받아 지내고 있고요....
┗ 초록
경외스럽다는 표현이 아주 적절하네요.
재산만 나누지 말고 제사도 나누면 얼마나 좋을까요?
◈ 문풍
우리 집도 기제사 8번에 양 명절 ㅎㅎㅎ 눈에 선~`합니다. 누님...
┗ 초록
그렇다면 부인에게 잘해줘야 합니다.
팔다리도 주물러주고, 수고했단 말은 입에 달고 있고요.
말하는 데 뭐 힘드나요?
여자들은 남편의 그 말 한마디에 온갖 불평이 다 사라지는 바보랍니다
◈ 삿갓
제사도 지내는 시간도 요즈음은 집안마다 다르니 *제사를 합치는 것도 집안 모두 찬성하면 그럴 수 있다지만 조상을 섬기는 일을 편하게 한다는 게 좀 이해하기 어렵네요.
초록꽃님이 수고가 많으시네요, 복 받을 겁니다,
┗ 초록
결코 그렇지 않으면서 잘난 척 한번 해 봤을 뿐입니다
▲[*제사를 합치는 것도 집안 모두 찬성하면 그럴 수 있다지만...]
소견) 이이록
기제사를 합쳐 합제로 하면 안 됩니다.
제례 방법에 기제사 모시는 조상님을 부부별로, 조손별로 한데 묶어 합제하는 그러한 방법은 없습니다.
기제사는 기제사이고 합제사는 합제사인데 기제사를 합제사로 한데 묶어 기제사를 없애자고요?
기제사는 제일 윗대가 4대조인 고조부모부터 부모까지 4대로 여덟 분의 연8회 제사를 모시는 것이고 합제사는 5대조이상 윗대 조상님을 묘소에서 묘제로 연1회 모시는 것이 합제사입니다.
그리고 설. 추석차례 때 기제사에 해당되는 분들을 차레로 모시는 것도 합제사 형태입니다.
기제사를 합제사로 모시면 기제사가 없어지는 것이니 기일도 없어지는 것입니다.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기일을 없애버리면 어떻게 하지요?
부부를 하나로 묶고 4대. 3대. 3대 조손을 하나로 묶어 합제로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닙니다.
효의 근본을 망각하는 것이지요.
없는 방법을 새로 만들어 행하지 말고 있는 방법을 강구합시다.
제사 모실 집안 형편. 여건 등을 감안하여 4대 봉사 대수를 줄여 3대 봉사나 2대 봉사나 그래도 여건상 맞지 않으면 1대 봉사인 아버지. 어머니 제사만이라도 모시도록 하면 됩니다.
조부모 이상 윗대는 묘제로 모시면 될 것입니다.
◈ 희망
초록꽃님 ㅎㅎ 우린 아직 제사가 얼마 되지 않아 합치는 것은 상상도 안해요.
조상 모시는 것은 정성이라지요?
┗ 초록
그런데요. 죽은 조상 모시다가 산 후손 힘들어 죽겠네요. ㅎㅎㅎㅎ
◈ 줄리
언니 심정 알고도 남음이 있네요...
힘드시겠지만 그런 노고가 있기에 집안도 편안하고 마음도 편하자너요..ㅎㅎ
┗ 초록
아마도 이렇게 평생을 살아야겠죠?
우리 시누이가 그러게 뭐 하러 맏며느리로 시집 왓냐? 하길래 이럴 줄 알았으면 안 왔다 해서 웃었어요.
◈ 아카
저는 둘째라도 어머님을 모시고 몇 년을 산 적이 있는데 어머님 모실 때는 제사를 어머님이 모시기 때문에 제가 다했지만 지금은 어머님이 안계시기에 형님 집에서 제사를 모시기에 힘은 덜 들지만 마음은 항상 무거워요..차라리 힘들어도 내가 할 때가 마음은 편했는데....
초록꽃님 힘은 들어도 마음은 뿌듯하고 좋지 예???ㅎㅎㅎ
┗ 초록
힘은 들어도 마음은 뿌듯하다고라?
아랫동서한테 맏며느리 바꿔주면 내가 뭐든 다 한다. 한 적 있어요. 농담으로..
◈ 아줌마
언니! 제 가슴이 답답해져옵니다..........한마디로 초록 언냐~사랑해염........... ^^
┗ 초록
사회봉사활동에 온 힘을 쏟고 있는 아줌마님에 비하면 난 부끄럽죠.
내 집안일 하면서 생색내는 거 같아서요.
◈ 야초
어느 집이라도 먼저 실천하기가 어렵지.....편안한 쪽으로는 금방 전달이 되죠...
유교문화 사상 때문에 이렇게 하고 있는데 한세대만 더 내려가면 그 보다 더한 일도 있을 겁니다.
◈ 프롬
연약한 우리 왕언니 초록꽃 언냐!! 걱정돼요 쓰러지면 안 되죠 ^^*
건강한 정신은 건강한 몸에서 나온다 하대요.
우리 모두 언니를 위해 홧팅!!
(소견)
정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대화들입니다.
알게 모르게 아직 우리사회에는 이러한 분들이 더 많이 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옛 전통을 잇는 분들입니다.
위 초록꽃님의 글을 읽은 느린님도 같은 처지에서 겪은 글을 올려 주었습니다.
◈ 느린
[저도 종가집 종부로 시집을 오고 보니 결혼 초에는...다달이 돌아오는 제사로....어려움이 많았지요.
그 덕분에..이제는..명절이나 제사 등등은..눈 감고도 해낼 수 있는 프로주부가 되었지요. ㅎ
시어머니는 세상이 변했으니....제사를 합쳐서 한날에 지내자고 하시는데... 아직은...제가 할 수 있기에 조금 더 그냥 지금처럼 지내자고 했지요.
내가 시댁 윗 조상님들을 뵌 적은 없으나... 가족들이 무병하고 별 탈 없이 하루하루 잘 지내는 것도 어느 정도는 조상님의 보살핌도 있을 꺼라고 믿고 있는 고루한 느린 입니다.
초록꽃 언니의 제사 글을 읽으며...우리 집과 비슷한 거 같아....글을 올려봅니다.
댓글)
◈ 초록
부부와 자녀만으로 이루어진 그야말로 핵가족으로 분위기 있게 집 꾸며 두고, 가족끼리 꿀맛으로 사는 거 보면 부럽고 약 오르고 억울하고 그런 사람입니다.
그렇지만 나보다 더 힘들게 사는 여자 또한 많으리라 생각하고 위로받는답니다.
◈ 문풍
ㅎㅎㅎ 느린 님의 글을 보니 공감이 되네요.
저두 장손으로써~종부들의 고충을...
◈ 꽃무
저도 종부로써 충분히 공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