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부모 기제사를 합제사로?
아래와 같이 합제사에 관한 문의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 있습니다.
조부모의 기제사를 합제사로 하고 싶은데 제사를 합치는 방법에 대하여 문의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를 합해 지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나요?
할아버진 음력 11월 할머닌 음력 4월입니다.
제사를 합치면 할아버지 제사에 해야 하나요?
합치기 전에 조상님께 어떻게 고해야 하나요?】
소견) 이이록
부모님은 생존해 계시지요?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면 조부모 기제사만 모시니 1대봉사입니다.
2대 봉사는 부모와 조부모 연 4회 기제사를 말하고 1대 봉사는 부모 연 2회 제사를 말하는데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1대봉사로 조부모님만 기제사를 모셔야 합니다.
조부모 기제사를 합제사로 하는 방법을 물으신 것입니다.
제사를 모시지 않으려면 필요 없는 말이지만 그래도 제사를 모시려면 부모님이 생존해 계신다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기제사를 가정에서 기일에 따라 따로 제사를 모시도록 하여야 합니다.
부모님이 별세하였다면 조부모와 부모님 기제사 2대 봉사를 하여야 하고요. 부모님이 생존해 계시면 조부모 기제사 1대봉사만 하면 됩니다.
그러면 조부와 조모 연 2회 모시는 기제사를 한데 묶어 합제하지 말고 각기 따로 기일에 제사를 모시도록 해야 합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기제사를 어느 한쪽으로 얹어 제사를 모시면 안 됩니다.
할아버지 기제사를 할머니 기제사에 얹어 모시고, 할아버지 기제사에 할머니 기제사를 얹어 부부합제사라는 종전에 없던 방법을 새로 만들어 제사를 모시고 심지어 기일이 아닌 다른 날을 잡아 기제사 형식을 빌어 모시려는 것은 연 2회의 할아버지와 할머니 기제사 중 한 분의 기제사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먼저 기제사(忌祭祀)가 무엇이고 합제사(合祭祀)가 무엇인지를 알아야 합니다.
기제사는 현재 4대(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 봉사에서 가정의례 준칙의 권장사항으로 2대(조부모. 부모) 봉사로 모십니다.
그러니까 4대 봉사는 고조부모부터 부모까지 4대. 연 8회 조상님께서 돌아가신 날 가정에서 지내는 제사가 기제사이고 2대 봉사는 조부모와 부모님의 기제사 연 4회를 의미합니다.
합제사는 매년 3월 초순에 기제사 대상 조상님 모두를 선영의 묘소에서 묘제로 모시는 제사이고 또 5대조이상 윗대 조상님을 10월 초에 선영의 묘소에서 묘제(시제. 시향)로 모시는 제사가 합제사입니다.
그런데 옛날에 이와 같이 4대 봉사인 기제사를 모시는 것이 너무 힘이 들었는지 제사로 인하여 빚을 진 집안도 있고 제사 모실 때 제사상에 필요한 음식만 올리도록 제상의 크기를 정하여 놓기도 했다는 기록으로 보아서 옛날에는 지금보다 더 제사의 폐단이 많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관직과 품계에 따라 3대조인 증조부모까지. 2대조인 조부모까지 기제사를 모시고 일반 서민들을 1대조인 부모 기제사만 모시도록 한 경우도 있었고, 1973년 5월에 제정된 ‘건전가정의례준칙’에는 4대 봉사의 어려움을 알고 2대 봉사 즉 조부모와 부모 제사 연 4회만을 모시는 것을 권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설날과 추석절 아침에 가정에서 모시는 다례(茶禮- 차례라고도 하는데 이는 일본어 발음이라고 합니다.)는 기제사로 모시는 조상의 신위를 모시고 단잔 무축으로 올리는 제사가가 합제사입니다.
다만 기제사 시 평생을 같이 한 아버지. 어머니의 제사는 아버지 기제사에 어머니 신위를, 어머니 기제사에 아버지 신위를 모시고 제사를 모시는 것은 자식의 효도로 같은 자리에서 음식을 흠향하도록 하는 것은 ‘합설(合設)’입니다.
두 분께서 평생을 같이 하였으니 바늘 가는데 실 간다고 한 분만 모시면 섭섭하니까 두 분을 같이 모시는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들은 제사 모시는 방법을 새로 만들어 부부별로, 조손별로 기제사를 묶어 합제사로 하여 모시고 있습니다.
기제사 대상자인 고조부와 고조모를 하나로 묶어 연 2회 기제사를 연 1회 합제사로 하고, 증조부와 증조모를 하나로 묶어 연 2회 기제사를 연 1회 합제사로 하고, 조부와 조모를 하나로 묶어 연 2회 기제사를 연 1회 합제사로 하고, 아버지와 어머니를 하나로 묶어 연 2회 기제사를 연 1회 합제사로 하여 기제사를 없애버리고 부부별 합제사로 바꾸고 있습니다.
조상님들께서 잘 다듬어 전해 준 제사 방법을 지금도 더 편한 방법으로 기제사 횟수를 줄여 제사를 모시려고 마음대로 제사방법을 바꾸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버지와 어머니부터 윗대 조상님의 기제사와 5대조 이상 조상님의 합제사를 또 하나로 묶어 봄가을 좋은 날은 택하여 조손 공동 합제사를 지내는 집안도 있는 것 같습니다.
기제사를 부부별 합제사로 아니면 조손 합동 합제사로 하면 기제사를 없애버리는 것과 같아 이 방법은 잘못된 것입니다.
제사를 아예 모시지 않는다면 더 논할 것도 없지만 그래도 제사를 모시려면 부부별 합제사. 조손 공동 합제사 방법이 아닌 4대를 2대 봉사로 봉사대수를 줄여서 제사 횟수를 줄이는 방법을 택하여야 합니다.
4대 봉사를 2대 봉사로 줄이거나 그것도 힘이 들면 1대 봉사로 줄여 최소한 아버지와 어머니 제사만이라도 기일을 알아 기제사로 모셔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할아버지와 할머니 제사부터 윗대 조상님들 제사는 묘소에서 묘제(시제)로 합제사로 모시면 될 것입니다.
위 질문자는 부모님은 생존해 계시고 할아버지와 할머니 기제사를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합제사로 모시니까 따라서 기제사를 하나로 묶어 합제사로 모시려는 것 같습니다.
제사를 모시지 않으려면 아예 제사를 모시지 말든가 제사를 모시고 싶으면 ‘할아버지 음력 11월. 할머니 음력 4월’의 기일에 각기 기제사를 그대로 모실 것을 권합니다.
조부와 조모 기제사를 한데 묶어 합제사로 하면 조부모 중 한 분의 기제사는 없어지는 것입니다.
11월 할아버지 기제사를 좋은 시절인 할머니 4월 기일에 한데 묶어 합제사로 모신다면 11월 할아버지 기일 제사에 할아버지 혼백이 찾아오셨는데 상도 차려 놓지 않았다면 빈 걸음을 한 할아버지의 씁쓸함과 노여움은 어떻게 감당하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