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사. 차례’에 대한 며늘의 소견 1
며느리의 명절 차례에 대한 글이기에 복사하여 올립니다.
△ A
[여자로서 명절은 참 귀찮고 힘든 행사입니다.
아직까지도 거의 모든 준비를 여자들이 해야 하니까요.
그래도 세상은 많이 변했어요.
옛날엔 주방근처는 얼씬도 안하시던 아버님들도 음식 하는 거 거드는 집도 많이 생겼으니까요
이미 제사는 거리가 멀면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무리 멀어도 꼭 참석하시는 분이 많지는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 년에 두 번 명절은 웬만하면 꼭 만나게 되죠.
이때 아니면 사촌끼리 얼굴 마주하기 힘듭니다.
자기 형제들이야 부모님 생신 때 만날 테지만 사촌은 명절 아니면 보기 힘든 사람이 되어버렸죠.
사촌이면 상당히 가까운 사이입니다.
명절이 없다면 사촌얼굴도 모르고 살게 되겠죠.
저는 명절이나 제사 때 조상을 챙기는 의미보다는 내 아이들이 사촌형제들과 어울리는 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것에 큰 의미를 두고 명절을 지냅니다.
이때 아니면 언제 아이들이 얼굴보고 지낼까 싶은 맘이죠.
나 하나만 생각하면 저도 명절이나 제사 없었으면 좋겠어요.
왔다 갔다 하는 시간도 힘들고 일 안하고 요령피우는 형님도 얄밉고 나름 마음 수양을 하는 게 명절이고 제사입니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최소한 사촌 얼굴은 알고 살게 하고 싶어요.
점점 삭막해지고 인간미 없어지는 세상이 안타깝네요.]
△ B
[저도 혼자 제사 모시는 외며늘 입니다.
제사 제가 혼자 모신지 10여년 되어 가는데 입버릇처럼 부모님 돌아가시면 제사음식 사서 올릴 것이라 말합니다.
저희 집안엔 일할 여자가 아무도 없거든요, 외며늘이라...
윗글 쓰신 분 말씀대로 고생하면 식구들 즐겁게 모여서 즐거운 시간 보내는 게 명절 맞습니다.
그때 아니면 또 언제 그렇게 모여 사는 이야기 하겠습니까마는...
입장을 조금만 바꿔서 생각하면 준비하는 내내 얼마나 힘든 줄 아십니까??
단순히 하루 이틀 음식 준비가 문제가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한 달 전부터 김치 두세 가지 담그고 냉장고 청소해서 음식 들어갈 자리 만들어놓고 중간 중간 미리 사둘 수 있는 제수는 미리 사서 손질해 둡니다.
명절 가까이 되면 음식도 마음대로 안 해 먹습니다.
최소한으로 줄여서... 베란다 유리까지 대청소는 기본이고...
밑반찬 준비하고 주무시고 가셔야하니 이부자리 베갯닛 죄 빨아놓고..
(올해는 날씨가 안 좋아 이부자리 빨아 놓는데도 엄청 힘들었습니다. 이런 건 아실런지...)
작은 아버지들은 아무것도 준비 안 해 오셔서 애비 입던 추리닝 꺼내 와라... 입던 티셔츠 달라...하시니 옷가지들도 미리 다 준비 해 놔야 합니다. 사이즈도 다른데...
물론 가시면 이것들과 이부자리 또 죄 빨아야죠. 기타 등등...
그중에 하이라이트가 음식인데.. 이 많은 것들 중에 음식만이라도 좀 나누어 준비하면 손님맞이가 훨씬 수월할 것 같습니다.
한국인 정서상 와서 실컷 먹고 놀고 가도 가시는 걸음에 전 쪼가리라도 싸 드려야하니 준비해야하는 양이 만만치 않습니다.
더구나 올해처럼 물가가 천정부지인 해는 부담 백배지요.
또 작은 것이지만 식사시간에 맞추어 방문을 한다든가 먹고 난 음식 설거지 등 뒷처리는 좀 분담을 한다던가...
남자 분들 대부분 앉아서 시키시쟎아요.
술 가져 와라. 과일 깍아라. 심지어 물심부름까지.. 명절에 남자들끼리만 고스톱 치는 거 정말 밉습니다.
그렇게 퍼져 앉아 놀고는 허리 아프다합니다.
그 집 주부만 죽어나는 게 명절입니다.
모두가 모여 즐거운 명절에 왜 주부들은 노동에 치여야하는지...
사람 사는데 사람 모이는 거 좋습니다.
몇 번 안 되는 일이기에 힘들어도 참고하고는 있습니다만 해마다 나만 혼자... 노동을 해야하는 건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물리치료 받고 있습니다.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어야지 그 즐거움이 누군가의 희생을 그것도 반복적으로 바탕으로 하고 있다면 그건 너무나 가혹한 거죠.
주위의 배려가 그래서 더욱 필요한 겁니다.
저도 죽으나 사나 제 평생에 제사는 지낼 겁니다.
음식을 사서 올리더라도 그건 할 겁니다만... 저희 자식대로 그걸 물려주긴 싫습니다.
그냥 모여서 먹고 싶은 음식 서로 같이 만들어 먹으며 같이 놀고 즐기는 그런 명절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