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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제사와 합제사

녹전 이이록 2022. 11. 25. 08:47

기제사와 합제사

 

기제사를 합제사로 즉 부부별 2회의 기제사를 한데 묶어 1회로 하여 모시는 제사에 대하여 찬성하는 아래와 같은 글이 있습니다.

 

[고조부는 양위(兩位)분을 한 번에, 증조부 양위분을 한 번에, 조부모 양위분을 한 번에 부모 양위분을 한 번에 지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 제사 횟수를 줄이는 것이 합제이니까 합제사를 권하고 권하는 글입니다.

 

그런데 4대 봉사 연 8회의 기제사를 부부별로 하나로 묶어 연 4회의 합제사로 하여 모시는 제사이면 4회를 줄였으니 조금은 편리하다고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4회의 기제사를 줄였다고 생각할는지는 모르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8회의 윗대 조상님들의 기제사를 모두 없애 버린 것과 같습니다.

 

부부별 합제가 아니면 조상과 후손을 모두 한데 묶어 모시는 조손간 공동 합제사는 합제사이지 기제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제사방법에는 기제사와 합제사가 별도로 있어 이대로 전승되어 모셔오고 있습니다.

 

기제사는 4대 봉사로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돌아가신 날을 기일로 하여 다음 해부터 집안에서 기일 새벽이나 이 날 저녁 시간대에 제사를 모시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4(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봉사도 있고 3(증조부모. 조부모. 부모)봉사도 있고 2(조부모. 부모)봉사도 있고 1(부모)봉사도 모시고 있습니다.

 

합제사는 기제사 대상자가 아닌 5대조 이상 윗대조상님들을 봄. 여름 좋은 날을 택하여 낮에 선영의 묘소에서 묘제를 지내는 것이 합제사입니다.

 

설날과 추석 날 아침에 기제사 대상자 신위를 모시고 지내는 차례도 합제사입니다.

 

이렇게 기제사와 합제사는 구분하여 모셔오는데 기제사가 무엇인지, 합제사가 무엇인지를 아는 있는 분들이 부부합제를 권하는 말을 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제사를 모시지 않으면 더 할 말도 없지만 제사를 모시려면 기제사와 합제사가 무엇인지를 알고 거기에 맞게 제사를 모셔야 할 것입니다.

 

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의 기제사를 부부별로 하나로 묶어 연 8회의 기제사를 연4회 합제사로 모신다?

 

기일이 다른 조상님 기제사를 부부별로 한데 묶어 합제사로 하는 제사 방법은 여태까지 없었던 방법입니다.

이것뿐만 아닙니다.

 

위 고조부모에서 부모까지 4대 봉사인 기제사를 모두 하나로 묶어 조손공동합제로 하여 기제사가 아닌 묘제 형식의 합제사 연 1회로 하는 집안도 있는 모양입니다.

 

인터넷에 자랑 비슷하게 써 올린 글이 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기제사를 한데 묶어 합제사로 하는 것에 대하여 어떤 생각을 갖는지요?

 

돌아가신 아버지. 어머니의 혼령이 돌아보고 계십니다.

 

아버지 기제사에 어머니 기제사를 얹든가 어머니 기제사에 아버지 기제사를 얹어 하나로 묶어 합제사로 모시면 나를 낳아주고 길러주신 아버지. 어머니의 기제사는 없어지는 것입니다.

 

부모를 기리고 효도를 하는 자식으로 부모 기제사는 따로따로 기일에 모시고 정 사정이 여의치 않는다면 조부모부터 윗대는 선영의 묘소에서 합제사로 모심은 어떠할까요?

 

부부합제와 조손합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제사방법은 우리나라 제사문화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기제사는 기제사로, 합제사는 합제사로 구분하여 모셔야지 남들이 편리한 방법을 강구한답시고 기제사를 묶어 합제사로 하는 것은 여태까지는 없었던 제사방법입니다.

 

종전에 없었던 변례를 만들어 새로운 제사방법으로 모시는 것은 전승되어 오는 제사문화를 뒤집는 것과 같습니다.

 

제사문화의 기틀을 다진 조상님들의 정신이 근래에 들어와 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