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백사공의 잠(箴)

녹전 이이록 2010. 8. 3. 09:50

● 잠(箴)

 


한문 문체의 하나로 경계하는 뜻을 서술한 글이다.

 

경계하는 대상에 따라 관잠(官箴)과 사잠(私箴)으로 나누어지며 관잠은 남을 경계하고 사잠은 자기 자신을 경계하는 글이다.

 

잠의 체는 4언 운어(韻語)로 짓는데, 고금의 흥망과 치란(治亂)의 변화를 또한 수신(修身)에 관한 것도 많았으며 반복하여 경계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잠언의 잠<箴>자는 대나무죽<竹>자와 모두함<咸>자를 합한 글자이다.

 

함<咸>에는 봉하다.갇히다는 뜻이있다.

 

옛날에는 떨어진옷을 깁거나 자루를 꿰멜때 대나무로 만든 바늘을 썼다.

 

이때 바늘이 바로 잠<箴>이다.

 

사람도 낡아 해지거나 구멍난곳이 있으면 끊임없이 자신의 잘못을 깁고 터진곳을 꿰메야 한다.

 

그래서 잠<箴>에는 경계한다는 뜻이 담기게 되었다.

 

잠언<箴言>은 일깨움을 주고 경계를 주는 말이다.

 

바른삶을 살도록 일깨워주는 잠언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것은 금은 보화를 싾아두는 일보다 더 가치가 있다.

 

옛 사람들은 좋은 글귀<잠언>들을 잊어버리지 않으려고 아예 도장에 새겨 자신들이 늘 가까이 두고 읽는 책이나 그림에 찍기도 하였다.

 

‘잠(箴)’은 바늘, 곧, 침(鍼)에서 가져온 말이다.

 

침이란 병든 곳을 치유하거나 병을 예방할 목적으로 사용했던 것인 만큼 스스로 자신의 허물을 예방하고 반성하며 결점을 보완하려고 짓는 글을 ‘잠’이라고 했다.

 

또 ‘명(銘)’이란 자신의 곁에 두고 있는 물건들을 면밀히 살펴 그 이름과 용처를 정확히 이해한 뒤에 그 기물에 스스로를 반추하며 새기는 글을 말한다.

 

그렇기에 둘은 모두 거울과 같다.

 

글을 짓고 곁에 두어서 늘 스스로를 비추고, 자신을 살피며 허물을 짓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는가 하면,

이미 지은 허물을 씻어 내어 몸과 마음을 정하게 닦아 흐트러짐 없이 공부를 이루어 도(道)의 경지에 다다르려는 경계의 글인 셈이다.

 

- 이지누 지음, <관독일기> 중에서


회재(晦齋)·이언적 선생님은 평생  세 차례 잠명을 지어 성찰의 거울이자 삶의 신조로 삼았다고 한다.

 

첫 번째 잠명은 27세가 되는 새해 아침에 지은 ‘원조오잠(元朝五箴)’이고, 두 번째는 30세의 마지막 달에 쓴 ‘입잠(立箴)’이다.

 

세 번째 잠명은 ‘자신잠(自新箴)’으로 58세가 되는 새해 아침 유배지에서 지은 것이다.

 

다산(茶山) 정약용 선생님은 자신뿐만 아니라 아들과 며느리들에게도 ‘잠’을 주었다.

 

아마 오랜 유배 생활로 자신이 가족을 건사하지 못함을 잠명으로나마 보충하려고 했던 것 같다.


아래는 백사공(휘 항복)이 계조(誡朝- 아침을 경계). 서상(書床-  책상앞에서). 치욕(恥辱- 치욕). 경석(警夕- 저녁을 경계)에 대하여 스스로 글을 지어 경계하는 잠이다.

 

 

◇ 계조잠(誡朝箴)

 

- 아침을 훈계하는 잠

 

早鴉飛鳴(조아비명) : 아침에 까마귀 울면서 날고

紙窓生明(지창생명) : 문창에는 밝은 빛이 생겨난다.

羣動已囂(군동이효) : 모든 동물이 이미 분주하고

各役於情(각역어정) : 각각 마음의 부림을 받는구나.

人所孜孜(인소자자) : 사람들 힘쓰는 일에서

舜蹠相形(순척상형) : 순임금과 도척이 서로 드러난다.

義理吉凶(의리길흉) : 의리와 길흉이

隨動以生(수동이생) : 움직임에 따라 생기난다.

審察危微(심찰위미) : 위태로움과 은미함 살펴서

涖事以誠(리사이성) : 성심을 다하여 일을 보아라.

夕以告天(석이고천) : 저녁마다 그것들을 하늘에 고한다면

庶無逕庭(서무경정) : 크게 어긋남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상잠(書床箴)

 

- 책상 앞에서의 잠


進取之難(진취지난) : 나아가 취하기는 어렵고

退臧之易(퇴장지역) : 물러나 퇴보하기는 쉬운 법.

白首無歸(백수무귀) : 백발은 돌아갈 데가 없고

黃卷有味(황권유미) : 책에는 깊은 맛이 있도다.

俛焉孶孶(면언자자) : 힘써 부지런히 읽어서

人棄我取(인기아취) : 남이 버린 것을 나는 취하리라.

往者難追(왕자난추) : 지난 일은 따라가기 어렵고

來或可冀(래혹가기) : 다가오는 일은 기대할 만하도다.

庶幾夙夜(서기숙야) : 바라기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以免大恥(이면대치) : 힘써서 큰 수치를 면했으면

悠爾而安(유이이안) : 마음이 한가하고 편안해지고

別有天地(별유천지) : 하나의 천지가 따로 있으리라.

 

◇ 치욕잠(恥辱箴)

 

- 치욕에 대한 잠언


士之所欲遠者恥辱(사지소욕원자치욕) : 선비가 멀리하고자 하는 것은 치욕이지만

眞知恥辱者鮮矣(진지치욕자선의) : 정말로 치욕을 아는 자는 아주 드물도다.

居下流爲大辱(거하류위대욕) : 하류에 처한 것이 가장 큰 치욕으로 여기고

不若人爲深恥(불약인위심치) : 남만 같지 못함이 깊은 수치로 여기도다.

置身高遠者(치신고원자) : 고원한 데에 몸을 둔 사람은

恥辱無自以至(치욕무자이지) : 치욕이 이르러 올 데가 없느니라.

行遠升高(행원승고) : 먼 데를 가고 높은 데를 오르려면

必自卑近(필자비근) : 반드시 낮고 가까운 데서 시작하므로

則盍先慥慥於幽隱(칙합선조조어유은) : 어찌 먼저 은미한 데에 독실하지 않으리오.

懷安則易以頹墮(회안칙역이퇴타) : 안락하길 생각하면 쇠퇴해지기 쉽고

同俗則流於鄙吝(동속칙류어비린) : 세속과 동화하면 비린한 데에 빠진다.

存心養性則德日尊(존심양성칙덕일존) : 심성을 존양하면 덕이 날로 높아지고

人十己百則學日進(인십기백칙학일진) : 남보다 열 배 노력하면 학문이 날로 진보하리라.

惟困知而勉行(유곤지이면행) : 오직 곤고히 노력하여 알고 힘써 행해야만이

或庶幾於斯訓(혹서기어사훈) : 혹 이 교훈에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 경석잠(警夕箴)

 

- 저녁시간을 경계하는 잠언


夕日入牖(석일입유) : 석양빛이 들창에 들어오니

流光易沈(류광역침) : 흐르는 빛은 흘러가기 쉽도다.

年數不足(년수불족) : 남은 생이 넉넉지 못하여

怵然驚心(출연경심) : 두렵게도 마음에 깜짝 놀라는도다.

開卷對越(개권대월) : 책을 펴고 성현을 대하면

赫若有臨(혁약유림) : 혁연히 곁에 임하여 있는 듯하도다.

敢娛以嬉(감오이희) : 감히 즐기며 놀기나 하면서

虛此分陰(허차분음) : 이 나누어 받은 세월을 헛되이 보낸다.

披榛覓路(피진멱로) : 잡목 덤불 헤치고 길 찾으려 하나

日暮難尋(일모난심) : 날 저물어 찾기도 어렵도다.

膏車秣馬(고차말마) : 수레에 기름 치고 말 먹이어

疾驅駸駸(질구침침) : 빨리 몰아서 급히 달려야겠도다.

養以夜氣(양이야기) : 밤기운로써 수양하고

待朝警戒(대조경계) : 아침이면 경계 하여도

終日接物(종일접물) : 종일토록 사물을 접하고 나면,

至夕昏氣易乘(지석혼기역승) : 저녁에 이르러서는 어두운 기운이 타기 쉬우나

又復作意自警(우부작의자경) : 또 다시 마음을 먹고 스스로 경계하면

人之爲人(인지위인) : 사람들 중의 사람다운 사람에

幾矣(기의) : 거의 가까울 것이다.

擯逐以後(빈축이후) : 나는 조정으로부터 쫓겨난 이후로

閑居無事(한거무사) : 일없이 한가하게 지내면서

以是自飭(이시자칙) : 이것을 가지고 스스로 경계하여,

尋理舊業(심리구업) : 옛날에 배운 학업을 찾아보니

茫然己失(망연기실) : 아득히 벌써 다 잊어버렸고,

時復思繹(시부사역) : 때로 다시 생각하여 캐내려 하여도

衰懶已甚(쇠라이심) : 이미 매우 쇠하고 나태해졌으므로,

懼其因老而遂廢也(구기인로이수폐야) : 늙음으로 인하여 끝내 폐해질까 두려워서,

書三箴于壁(서삼잠우벽) : 이 세 잠을 벽에 써 붙여 놓고

庶朝夕觀省而自警也(서조석관성이자경야) : 조석으로 보고 반성하여 스스로 경계하려 한다.


양야잠(養夜箴)

 

- 긴 밤을 경계하는 글

 

곤륜과 방박은 / 昆侖旁薄
바로 그윽한 이치이고 / 乃幽之理

지하에 순수히 숨어 있으면 /  黃純于潛

당 나오기 어려울 뿐이로다 /  宜礥之爾
지난 생각은 이미 사라지고 / 前念已息
뒤의 생각은 열리지 못했기에 / 後念未暢
잊어버리면 폐추되고 / 忘則廢墜
조장하면 요동되나니 / 助乃震盪
함양하여 그것을 맑혀야만 / 涵而澄之
묘계가 환히 밝아져서 / 妙契昭融
해가 뜨고 일들이 생기매 / 日出事生
온 좌중에 화창한 바람 일리라 / 滿座光風

또 다른 역문

 

 양야잠(養夜箴)


昆侖旁薄(곤륜방박) : 혼돈의 곤륜과 지형인 방박은
乃幽之理(내유지리) : 바로 그윽한 이치이다.
黃純于潛(황순우잠) : 지하에 순수히 잠겨 있으면
宜礥之爾(의현지이) : 의당 나오기 어려울 뿐이다.
前念已息(전념이식) : 지난 생각은 이미 사그라들고
後念未暢(후념미창) : 뒤의 생각은 열리지 못한다.
忘則廢墜(망칙폐추) : 잊어버리면 폐하여 떨어지고
助乃震盪(조내진탕) : 조장하면 요동하게 된다.
涵而澄之(함이징지) : 함양하여 그것을 맑혀야만
妙契昭融(묘계소융) : 묘계가 환히 밝아진다.
日出事生(일출사생) : 해가 뜨고 일이 생기니
滿座光風(만좌광풍) : 온 좌중에 빛나고 바람 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