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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사 지내는 시간

녹전 이이록 2024. 12. 17. 09:33

제사 지내는 시간

 

* 그냥 읽을거리로 재미있기에 복사하여 올립니다.

 

제사 지내는 시간을 옮기면 안 되나요?

 

32, 경주 서라벌문화회관 행복한 대화강연을 마치고 법륜 스님은 밤을 달려 서울로 왔습니다.

 

평화재단에서 아침 일찍부터 하루 종일 회의 일정이 잡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일정을 소개하기에 앞서 먼저, 경주 행복한 대화강연에서 있었던 재밌고 행복한 대화 하나를 소개합니다.

 

구수한 경상도 어머님의 질문과 스님의 대화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주 쉽고 재밌게 진행되어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40년 가까이 제사를 12, 자정에 지내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조카가 제사를 밤 10시에 지내면 안 되는지 물어 보길래 시간을 옮겨서 10시에 지냈는데, 그날부터 꿈에 조상님이 보이고 꿈자리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3일 동안 안 좋은 꿈이 연속적으로 나오고 무서워서 칼을 머리맡에 두고 자보기도 했는데요.” . “칼을 가지고 뭘 어떻게 하시려고요? (청중 웃음)”

 

동네 어르신들이 악몽을 꿀 때 칼을 머리맡에 두고 자면 악몽이 없어진다고 말씀들을 하셔서요. 그 후로는 다시 12시로 옮

겨서 지내오다가 어제가 마침 제삿날이었는데, 이번에는 시동생이 시대가 시대인 만큼 앞으로는 제사 시간을 조금 옮겨서 밤 10시 반에 지내면 어떻겠냐?’고 했어요.

 

그래서 밤 10시 반에 제사를 지내면서 마음속으로 어머니 아버지, 도련님 내외가 제사를 10시 반에 지내자고 해서 이 시간으로 옮겼는데,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드시면 이번에도 제 꿈에 나와 주십시오.’ 했습니다.

 

그런데 어제는 꿈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청중 웃음) 이렇게 시간을 옮겨서 제사를 지내도 되는지 궁금해서 스님께 여쭈어봅니다.”

 

제가 안 된다고 하면 시대에 뒤떨어진 스님이 되고, 제가 된다고 하면 법도(法度)에 어긋나는 스님이 돼요. (질문자와 청중 웃음)

 

그래서 말하기가 참 어려워요. (청중 웃음)

 

질문자는 제가 시대에 뒤떨어진 스님이 되는 게 나아요,

 

법도에 어긋나는 스님이 되는 게 나아요,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지지도 않고 법도에 어긋나지도 않는 스님이 되는 게 나아요?”

 

시대에도 뒤떨어지지 않고 법도에도 어긋나지 않는(청중 웃음) 그런데 제가 40년을 제사를 지내왔는데도 아직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사는 질문자 자신을 위해서 지내요, 아니면 귀신 · () · 영가(靈駕)라고 부르는 돌아가신 분을 위해서 지내요?” . “일단은 부모님을 위해서 지내요.”

 

,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서 지내죠? 그런데 그 분들은 지금 살아있는 사람이에요, 몸이 없는 귀신이에요?” “지금은 귀신이지요.”. “그럼 귀신은 뭐든지 잘 알아요, 아님 뭘 잘 몰라요?” . “아는 것 같아요. (청중 웃음)”

 

우리말에 귀신같이 안다라는 말이 있는 거 아시죠?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일까요?”

 

사람이 무언가에 대해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많이 알면 저 사람 귀신같이 안다라고 말하잖아요.”

 

 

.”

 

그럼 귀신같이 안다라고 할 때 귀신은 뭐든지 다 아는 존재라는 뜻이지요?”

 

그렇지요.”

 

그러니 귀신은 전지(全知)’해서 뭐든지 다 알아요. 쉬운 예로, 아는 사람이 셋 있는데 그 중 둘만 몰래 어디 가서 맛있는 거 먹자고 약속했어요.

 

그렇게 약속 장소에 나갔는데, 정작 따돌리기로 한 사람도 그 자리에 오면 이야, 귀신같이 알고 왔네!’라고 하잖아요. (청중 웃음) 귀신은 뭐든지 다 안다는 뜻이에요.

 

이런 귀신은 제사 지내는 시간을 옮기면 그걸 알까요, 모를까요? (청중 웃음)”

 

귀신같이 안다고 하니까알겠지요?”

 

그러면 제사 지내는 장소를 옮기면 그걸 알까요, 모를까요?”

 

그것도 알겠지요.

 

그런데 대답하는데 왜 그리 자신이 없어요? (청중 웃음)

 

다시 한 번 잘 생각해보세요. 귀신은 뭐든지 다 알잖아요.

 

뭘 잘 모르면 그건 귀신이 아니에요. (청중 웃음) 그러니 장소를 큰 집에서 지내다가 작은 집으로 옮겨서 지내도 알까요, 모를까요?”

 

알아요. (청중)”

 

그러면 시간을 조금 옮겨도 알까요, 모를까요?”

 

알아요. (청중)”

 

알겠지요? 그러면 질문자가 평소에는 12시나 1시에 제사를 지내다가 10시나 10시 반으로 옮겨서 지내면 귀신이 알까요, 모를까요?”

 

알겠지요.”

 

, 그럼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어요?”

 

그냥 평소대로 12시에 지내야겠네요, 그지예? (청중 박수와 웃음)”

아니 왜 잘 나가다가 마지막에 그렇게 돼요? (청중 웃음) , 다시 한 번 천천히 잘 생각해봐요. 귀신은 뭐든지 다 알잖아요. 그러니 장소를 변경해도 귀신은?”

알아요.” ..................???????

 

시간을 변경해도 귀신은?”

 

알아요.”

 

그러니 12시 경에 지내던 제사를 10시 반으로 옮겨서 지내면, 이번에는 귀신이 몰라서 못 찾아올까요, 아니면 그것도 다 알고 때맞춰서 찾아올까요?”

 

....”

 

귀신은 뭐든 다 아니까 알아서 올까요, 못 올까요?”

 

! 오시겠다, 그지요? (청중 박수와 웃음)”

 

그러면 시간을 옮겨도 될까요, 옮기면 안 될까요?”

 

되겠습니다! (청중 박수)”

 

그러면 지금 스님이 옮겨도 좋다고 한 거예요, 질문자 자신이 옮겨도 되겠다고 결론을 내린 거예요? (청중 웃음)”

 

….........

 

지금 결정을 스님이 내려준 거예요, 자기가 직접 결론을 내린 거예요?”

 

제가 결정했다고 봅니다.”

 

그러니 스님은 시대에 뒤떨어지지도 않았고, 법도에 어긋나지도 않았지요? (청중 웃음)”

 

! (청중)”

 

그래요. 스님이 도움을 조금 주긴 했지만 질문자가 스스로 결정했어요. 아시겠지요?”

 

, 감사합니다! (질문자 웃음과 청중 박수)”

 

, 그러면 제사는 왜 12시에 지내게 되었을까요? 혹시 그 연유에 대해 아는 분 계세요?” (청중 중에서)

 

저는 하늘에서 천문(天門)12시에 열린다고 해서 그렇게 지낸다고 들었습니다.”

 

하늘에서는 문을 한밤중에 여네요. (청중 웃음) 또 다른 연유를 아시는 분 계신가요?”  (뒷편에 있는 거사님)

 

돌아가신 날 가장 이른 시간에 지내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또 다른 의견 있으신 분?”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가 자시(子時)인데, 그 시간에 귀신들이 가장 활발하다고 들었어요.” (청중 웃음)

 

, ‘천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하루의 첫 시작 시간이다, 자시에 귀신들이 가장 많이 활동한다.’

 

이렇게 세 가지 의견이 있었네요. 전통적 풍속을 보면 그 중 두 번째가 가장 합당한 이야기입니다.

 

제사는 돌아가신 날 중 가장 이른 시간, 즉 첫 시간에 지내요.

 

만약 조상이 31일에 돌아가셨다면 이듬해 31일이 오기까지 1년을 굶으신 거잖아요?

 

그런데 228일 밤까지는 아직 1년이 안 된 시간이에요. 그러니 음식을 1년이 되는 31일에 드리긴 하는데 그 중 가장 빨리 드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31일 자시(子時)에 드리는 거예요.

 

그런데 또 새벽닭이 운 뒤에는 제사를 지내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도 계시지요? 새벽닭이 운 뒤는 이미 자시(子時)와 축시(丑時, 새벽 1-3)가 지나고 인시(寅時, 새벽 3-5)도 지난 때인데 1년이나 굶은 조상님들께 이렇게 늦게까지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는 것이니 그건 성의가 없다고 생각해서 나온 이야기예요.

 

그런 이유로 전통적으로 자시에 제사를 지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면서 그 이유에 대한 이야기는 점차 잊혀지다 보니까, 아까 다른 분들이 말씀하신 자시가 천문이 열리는 시간이다,

 

귀신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간이다등의 설명이 그 후로 생겨나게 된 거예요.

 

그러니 제사는 전날 앞당겨서 지내는 게 아니라 돌아가신 당일 첫 시에 지냅니다.

 

그 시간이 주로 그 전날 밤 자시부터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흔히 전날 밤이라고 생각하기도 해요.

 

어떤 행사든 1주년 혹은 1주기 기념식을 하면 그 전날 하는 것이 아니라 1년 되는 당일에 기념식을 합니다.

그러니 제사도 굳이 풍속 상의 원칙을 따진다면 당일의 가장 이른 시간인 자시에 지내고, 사정상 자시에 제사를 지내기 어려우면 전날 당겨서 지내는 게 아니라 당일 오전에 지내는 게 합당합니다. 사회에서도 모든 기념식을 전날 하는 게 아니라 당일 오전이나 낮에 합니다.

 

절에서 1주기 재()를 지낸다고 해도 전날 지내지 않고 당일 오전 법회에서 지냅니다.

 

법도만을 생각하면 제사는 당일 자시에 지내고, 1주기 기념식은 당일 낮에 지내는 것이 맞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녁 8시든, 10시든 굳이 따지자면 전통적인 법도에는 맞지 않지만, 돌아가신 분을 위한 제사의 근본적인 의미를 되새겨보면 귀신은 시간이나 장소를 옮겨도 크게 구애받지 않으니까 저녁으로 옮겨도 크게 무리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강연장에 함께 한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했습니다.

 

어머님이 질문을 했으나 어느새 스님의 질문에 어머님이 대답을 하고 있었고 자연스레 어머님은 감사합니다!” 하시며 자리에 앉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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