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합제사를 드렸습니다.

녹전 이이록 2023. 7. 14. 08:53

합제사를 드렸습니다.

 

[합제사를 드렸습니다.

할아버지 제사입니다만 증조할아버지와 아버지 제사를 한꺼번에 드린 겁니다.

 

다른 날에 돌아가셨으나 새해 들어 가장 먼저 있는 제삿날에 같이 모시기로 한 겁니다.

이렇게 합제사를 지내는 걸 몰랐습니다만 고향에서는 대부분 이렇게 한다는군요.

제사지내기가 쉽지 않지요.

종가 집 며느리는 정말 힘듭니다.

 

며칠 전 뉴스에서도 종가 집 종부들의 힘든 삶이 소개됐습니다만 일 년에 몇 번 있는 제사에다 명절 차례를 준비하려면 며전부터 신경이 곤두선다고 하네요.

사실 남자라서 잘 몰랐습니다만 옆에서 거들다보니 만만한 일이 아니더군요.

 

예전에는 남자는 다 해놓은 음식을 차리기만 했지요.

그러니 부엌에서 하는 일이 어떤지 잘 몰랐습니다.

백수가 되면서 설거지를 하면서 지켜보니 왜 맏며느리를 싫어했는지를 알게 되더라구요.

 

전부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물 삶아 무치고 고기 삶기에다 조기 구워야죠, 탕국 만들어야죠,

그걸 하기 위한 사전 준비는 또 어떻구요.

 

시골에서 합제사를 모두 드린다는 얘기에 우리도 그렇게 하자고 어머니께 말씀드렸더니 그렇게 하라고 하더군요. 잘됐지

대종가집은 아니지만 그래도 몇 대까지는 우리 집이 종가를 대신합니다.

그러니 제사가 참 많았습니다.

일 년에 거의 여나믄 번은 지냈거든요.

 

너무 많다고 해서 아버지 살아계실 때 몇 대손까지는 시제 때에 모시기로 해서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 까지만 제사를 지내고 있거든요.

기일에는 잊지 말고 추도만 해도 되잖습니까?

 

교회 다니시는 분들은 다 그렇게 하지요.

 

일이 힘든 것도 그렇지만 둘이 차리고 제사 지내니 준비한 음식 처리도 문제더군요.

다섯 가지 나물을 올렸습니다만 이걸 먹자면 며칠은 걸릴 겁니다.

그것뿐입니까? 탕국은 또 어떡하구요.

 

다섯 그릇을 떠 놓았으니 그 밥도 며칠은 먹어야 하구요,

금전적인 문제도 만만찮네요.

백수가 되면서 제일 걱정되는 부분인데요,

 

모든 걸 사야하니 한두 푼 드는 게 아니더라구요.

조상님께는 죄스러운 일이지만요,

합제사를 처음 지내니 부담이 훨씬 줄어드네요.

집사람이 몸살을 앓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전에는 괜찮더니 요즘은 조금만 무리해도 병이 나네요.

나이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만 눈치 좀 봐야겠습니다.

 

어머님이 돌아가시면 명절 차례 한번으로 끝내는 방안도 생각해 봐야겠습니다.

제 자식 대에는 제사가 없어질 테니 말입니다.

 

소견) 이이록

 

증조부. 조부. 부친의 제사를 그 해의 맨 처음 제사일인 할아버지 기일에 세 분 제사를 합제하여 제사를 모시는 모양입니다.

우리나라의 제사 모시는 방법에는 기제사와 합제사가 있습니다.

 

기제사는 4(고조부모. 증조부모. 조부모. 부모) 봉사로 여덟 분의 윗대조상님이 각기 돌아가신 날을 기일로 하여 기일 새벽녘이나 이날 오후 저녁시간 대인 밤에 모시는 8번의 제사가 기제사입니다.

 

합제사(. 소종가 집안)5대조 이상 윗대 조상님들을 1년에 한번 10월의 좋은 날을 가려 선영의 묘소에서 낮에 묘제로 지내는 제사가 합제사이고 그리고 설. 추석 아침에 기제사 대상 신위를 모시고 차례를 지내는 제사가 합제사입니다.

 

이를 잘 모르니 윗대조상님의 기제사를 부부별로 묶어 부부합제, 조상과 후손을 한데 묶어 조손합제로 모셔도 되는 줄 알고 모두들 따라서 합제하여 모시는 것입니다.

 

우리의 제사방법에 기제사를 묶어 합제사로 하는 예는 없었습니다.

 

기제사를 합제사로 바꾸는 제사 방법은 없어도 봉사대수는 줄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기제사는 4, 3, 2, 1대 봉사 중 사정에 맞게 모시는 것은 가능한 것으로 보입니다.

 

옛날 서민들은 1대 봉사만 하기도 하였고 2015년 개정 건전 가정의례 준칙에는 2대 봉사를 권장하기도 하였기 때문입니다.

 

1대인 부모 기제사만 모실 경우 할아버지이상 윗대는 모두 묘제(시제- 가정의례 준칙에는 규정이 없음)로 모시면 될 것입니다.

 

* ‘건전가정의례 준칙참조

 

조부님 제사 일에 증조부님과 아버지의 제사를 함께 모신다면 이는 잘못된 제사입니다.

기제사는 합제사로 모실 수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제사를 모신다고는 하나 형식에 맞는 제사가 아닙니다.

세 분의 기제사를 깡그리 없애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우스갯말로 기일이 되어야 천상의 문이 열린다고요.

문이 열리니 부부가 손을 잡고 자손 집을 찾아왔는데 제사상이 없어 왔던 먼 길을 되돌아가신다고 생각해 보면 그 처지가 얼마나 처량하겠습니까?

 

1년에 한 번 뿐인 기일 제사를 없애버렸으니 이런 불효가 어디에 있을까요?

나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신 부모님의 은혜는 잊으면 안 됩니다.

 

지금으로서는 증조할아버지는 묘제로 모시고 조부님과 아버지 제사는 기제사로 모시고 나중에 모친께서 돌아가시면 아버지와 어머니 기제사는 기일에 모시고 할아버지제사는 묘제로 모시면 될 것입니다.

 

제사 모시는 여러 가지 불편과 번거로움을 조금이라도 줄이려면 제사 음식 장만을 대폭 줄여야 합니다.

 

[제사상에 꼭 올려야 할 몇 가지만 준비하고 그 외는 보통 저녁식사 반찬을 정갈하게 담아 상에 올리면 될 것입니다.

주부들 고생시키지 않도록 편하게 식구들이 즐겨먹는 음식 두어 가지만 장만하여 제상에 올리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