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모님 합제
■ 조부모님 합제
제삿날과 관련된 문의에 HJ 님이 좋은 답변을 바르게 올렸기에 복사하여 올립니다.
[할아버님 제삿날과 할머니 제삿날을 한꺼번에 지내려고 합니다. 어느 분 제삿날에 지내야 되나요?]
답변)
△ HJ
종종 ○○향교로 문의전화를 하시는 분들 중에 할아버지, 할머니 또는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한 번에 지내려면 누구에게 맞춰 지내야 되냐고 질문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참 난감한 질문입니다.
○○향교에서 답을 할 수 없는 질문이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기제사는 돌아가신 분 한 분을 위한 추모일입니다.
물론 아버님 제사에 어머님을 같이 모시는 합설(合設)하는 가정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계선생께서 말씀하시길
“기일에 두 분의 신위를 합하여 제사 지내는 것은 옛날에는 그런 예가 없었다. 다만 우리 집에서는 전부터 합하여 제사 지냈으니, 지금 와서 감히 가벼이 의논할 수가 없다.” 하였다.
회재(晦齋) 이언적(李彦迪) 선생께서 말씀하시기를
“살펴보건대, 문공(文公)의 《가례》를 보면, 기일에는 단지 한 신위만을 설치해 놓고 제사를 지낸다고 하였고, 정씨(程氏)의 《제례(祭禮)》를 보면, 기일에는 고비를 함께 배향하여 제사 지낸다고 하여 두 예가(禮家)의 설이 같지 않다.
대개 단지 한 신위만 설치하는 것이 예에 있어서 정례(正禮)이고, 고비의 신위를 함께 배향하고 제사 지내는 것은 인정에 근본을 둔 예이다.
만약 죽은 이를 섬기기를 산 사람을 섬기듯이 하고 자리를 펼 때에 궤(几)를 같이 놓는다는 뜻으로 미루어 보면 인정에 근본하는 예도 그만둘 수 없는 점이 있다.” 하였다.
○ 어떤 사람이 묻기를,
“기일에 신위를 배설하는 데 대해 정자와 주자 두 선생의 예가 같지 않은데, 어느 쪽을 따라야할지 모르겠습니다.”하기에, 내가 답하기를,
“살펴보건대, 《의례》 사우례에 이르기를, ‘이달에는 길제가 되어도 오히려 배향하지는 않는다.’ 하였는데, 이에 대한 주에 이르기를, ‘오히려 모비(某妃)를 모씨(某氏)에게 배향하지 않는 것은, 슬픔이 잊혀 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였으며,
《예기》 제의에는 이르기를,
‘군자에게는 종신의 상이 있으니, 바로 기일을 두고 이른 것이다.’ 하였네.
이것으로 미루어 보면, 기일에는 단지 제사 지낼 신위에 대해서만 제사 지내고, 배향하여 제사 지내지 않는 것이네.
이것은 배향하는 분에 대해서 박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슬픔이 제사 지내는 분에게 있기 때문이네.
또 우리 동방의 풍속에는 부모상을 당한 지 3년 안에도 먼저 죽은 자를 아울러 제사 지내고 있는데, 이것은 더욱더 잘못된 것이네.” 하였다.
○ 또 살펴보건대, 《거가필용(居家必用)》을 보면 미산 유씨(眉山劉氏)가 이르기를,
“어떤 사람이 이천 선생에게 묻기를, ‘기일에는 양 신위에 제사 지냅니까?’ 하니, 이천 선생이 답하기를, ‘한 신위에만 제사 지낸다.’ 하였다.
내가 생각해 보건대, 가정에서 지내는 제사는 나라의 사전(祀典)과는 같지 않다.
가정에서 아침과 저녁과 초하루와 보름에 부모에 대해서 공경함에 있어서는 일찍이 어느 한쪽만을 공경하고 어느 한쪽을 폐한 적이 없었다.
노(魯)나라 사람이 부제(祔祭)를 지내면서 합쳐서 제사 지내는 것을 보고는 공자가 잘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기제를 지내는 데 있어서만 어찌 유독 그렇지 않겠는가.
그러므로 기제를 지내면서는 고비의 신위를 겸하여 배설하는 것이 마땅한바, 후세의 군자들은 다시금 살펴서 택하여야 할 것이다.” 하였다.
이것에 근거하여 본다면, 정자는 한 신위에만 제사 지내는 것을 옳은 것으로 여겼다.
회재가 인용한 바는 어느 책에 나온 것을 보고 인용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것처럼 아버지 제사에 어머니를 함께 배향하거나 어머니 제삿날 아버님을 함께 배향하는 것을 인정상 후한 예를 따르는 것이지 두 분 중 한날에 두 분 제사를 지내는 예는 없습니다.
HJ가 몇 번 말씀 드렸지만 기제사는 돌아가신 분 즉 아버님 제사이면 아버님을 추모하기 위한 날입니다.
어머님 제삿날은 어머님을 추모하기 위할 뿐입니다.
두 분이 함께 하셨기 때문에 인정상 같이 배향해서 하는 것일 뿐 정례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하물며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 제사를 한 번에 지낸다면 더더욱 죄송한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산사람을 위하여 돌아가신 분들께 미안한 일을 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꺼번에 제사를 합쳐 지내는 예법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