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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숙(媤叔)’이란 말은 틀린 말인가?

녹전 이이록 2024. 1. 9. 08:34

시숙(媤叔)’이란 말은 틀린 말인가?

 

언어 예절에 열심인 어떤 분이 다음 내용을 세상에 널리 알렸습니다.

남편 형과 남편 아우를 부르는 부름말은 <아지벰>이었습니다.

<아지벰>이라는 부름말은 참으로 잘된 말입니다.

 

그런데 남편 형과 남편 아우를 일컫는 <시숙>이라는 말은 틀린 말입니다.

<시숙>이란 말 역시 우리 겨레가 만든 말 같은데 잘못 만든 것 같습니다.

<시숙(媤叔)>이란 말의 뜻은 <남편 아제>로 됩니다.

 

<남편 형제><남편 아제>라고 했으니, 그 틀림은 엄청나게 큰 것입니다.

그러면 <시종숙>은 설자리가 없게 됩니다.

 

시숙(媤淑)은 틀린 말입니다.

<시숙>이라는 말은 폐기처분 되어야 합니다.

 

그 자리에 <시형제(媤兄弟)>라는 말이 들어가야 합니다.

 

정말로 틀린 말을 하고 있다.

()’이란 글자는 고대 중국 문화에서 이미 남편의 아우를 뜻하는 글자이기도 하였다.

예기(禮記)에 나타나는 수숙(嫂叔=兄妻與弟也-형처여제야)’이란 말에 기대어 시숙(媤叔)’이란 말은 참 잘 만들어진 말이며

후에 적절히 한국한자어로 진화(進化)한 친속 지칭어이다.

 

고대 한어(漢語)에서 ()’아재비, 아저씨의 뜻만이 아니라, ‘연소한 이(少也, 幼者稱也), 형제 중의 배항 제3(兄弟中輩行第三者), 아버지의 형제로 뒤에 난 사람(父之晜弟後生爲叔父), 남편의 아우(夫之弟)’ 등 여러 가지의 뜻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이아석친(爾雅釋親)에서 남편의 형형공(兄公)’, ‘남편의 아우()’이라 하였다.

 

원래 중국에서는 남편의 아우만을 ()’이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한국한자어로는 남편의 형제를 포괄하여 그렇게 일컬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국한자어로서의 그러한 진화는 여유당전서(與猶堂全書).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이미 지적하고 있다.

 

()’형의 처(兄妻)’를 뜻한 글자인데, 우리의 습속(東俗)으로 제수(弟嫂)’란 말을 또한 쓰고 있고, ‘()’자는 남편의 아우(夫弟)’를 뜻하는 글자인데, ‘남편의 형(夫兄)’을 또한 숙씨(叔氏-阿自般伊(아자반이)’라 하며, ‘()’누이(女弟)’를 가리키는 말인데, ‘누나의 남편(姊夫)’을 또한 매부(妹夫)’라 하니 이는 다 틀린 말이라 하였으나 매형(妹兄), 매제(妹弟)라 하는 중부 방언을 지금은 거의 고칠 수 없는 지경으로 진화해 버렸다.

 

남편의 형제를 ()’으로 표현한 용례를 조선왕조실록에서 기록된 것으로 한 가지 들면 다음과 같다.

 

세종 12(1430, 경술) 1224일 경신

 

임금이 황보인(皇甫仁)에게 이르기를,

아내의 자매(姉妹)와 형제의 아내는 서로 대면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옛 사람이 이르기를, ‘수숙(嫂叔) 간에는 직접 주지 않는다.’ 하였고, 미루어서 멀리 한다.’ 하였는데, 우리나라의 풍속에는 모두 서로 보게 되어 있으니 매우 옳지 않다.

 

그러나 임금과 아버지의 앞에서는 서로 대면해도 되지 않겠는가.

 

내가 어릴 때에 태종께서 즉위하신 처음에, 의안 대군(義安大君)이 내연(內宴)에 들어와서 참예하였고, 또 상당군(上黨君)과 청평군(淸平君) 등도 내연에 자주 참예하는 것을 보았으며, 또 태종께서 바깥 전(殿)에 나앉으시어 여러 신하들의 헌수(獻壽)를 받으시고, 내전에 들어오셔서 여러 군()과 부마(駙馬)의 헌수를 받으시는 것을 보았다. 또한 중국에서도 사대부(士大夫)의 아내가 임금 앞에서는 서로 피하지 아니하였다.

 

이제 부마(駙馬)도 헌수에 참예하게 하려 하는데 어떠한가.

그러나 이 예절은 매우 중대한 문제이니 경()과 허찬성(許贊成신판서(申判書정참판(鄭參判) 등과 서로 의논하여, 그의 가부(可否)와 좌차(座次)를 보고하라.”하니, ((() 등이 모두 아뢰기를, “남자는 동쪽, 여자는 서쪽에 앉으며, 다만 부마(駙馬)만은 들어가서 모실 수 없습니다.” 하매, 그대로 따랐다.